미국과 이란간 핵협상에서 일부 진전이 있었다는 소식에 국제 유가는 2% 이상 하락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관세에 따른 경기침체 우려와 미국 중앙은행(Fed)의 통화정책 불확실성까지 더해지면서 하락 압력이 커지고 있다.
21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장보다 1.60달러(2.47%) 내려앉은 배럴당 63.08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글로벌 벤치마크인 브렌트유는 전장보다 1.70달러(2.50%) 하락한 배럴당 66.26달러에 마쳤다.
지난 19일 이탈리아에서 미국과 이란의 고위급 핵협상 2차 회담을 가진 후 양측 고위 당국자는이번 회담에서 미국과 이란은 잠재적 핵 협상을 위한 틀을 마련하기로 합의했고, "이번 논의에서 매우 좋은 진전을 이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오닉스캐피털그룹의 해리 칠링귀리안 리서치 그룹 총괄은 "미국과 이란의 협상은 긍정적으로 보이면서 해결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다"며 "이는 이란산 원유가 시장에서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란산 원유가 시장에 안정적으로 공급될 것이란 의미에서 공급 부족 우려가 완화돼 국제 유가가 하락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제롬 파월 미 Fed 의장을 겨냥해 해임을 압박하면서 기준금리를 낮추라고 밀어붙인 점도 유가 하락 요인으로 작용했다. 미 Fed의 통화정책 불확실성이 부각되면서 위험회피 현상이 강해지고, 기업들의 수요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IG의 옙 준 롱 시장 전략가는 "전반적인 추세는 여전히 하락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며 "관세가 글로벌 성장에 미치는 부담과 석유수출국기구와 주요 산유국간 협의체인 OPEC+의 공급 증가가 맞물린 상황에서 더욱 그렇다"고 분석했다. OPEC+는 다음달부터 하루 41만1000배럴 생산량을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은 이번주 발표되는 4월 미국 제조업 및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미국 경기와 그에 따른 원유 수요를 가늠하는 지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옙 전략가는 "이번 주에 발표되는 PMI는 관세의 경제적 영향을 가늠할 수 있다"며 "주요 경제권의 제조업 및 서비스업 조건이 모두 약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