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자를 노린 금융 사기는 해외에서도 급증하고 있다. 해외 주요국은 고령층 금융 사기를 개인의 부주의가 아닌 사회적 범죄로 인식하고 다각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매년 노인 인터넷 사기 피해액과 주요 사기 유형을 따로 분석한 보고서를 내고 있다. 한국에서는 고령층 사기 피해와 관련해 별도의 통계를 관리하지 않고 있는 점과 대조적이다.
◆美 고령층 사기 방지 자문단 운영
FBI가 올해 발간한 인터넷범죄신고센터(IC3)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60세 이상 피해자의 신고 피해액은 77억달러(약 11조4500억원)를 넘었는데, 이는 전체 연령대 중 가장 많은 액수다. 미국에서 60세 이상의 인터넷 사기 피해자 신고는 2023년 10만1068건에서 2024년 14만7127건, 지난해 20만1266건으로 급증했다. IC3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서 고령층이 가장 많이 피해를 당한 사기 유형은 피싱으로, 신고 건수는 4만8000건을 넘어 전체 신고의 24% 이상을 차지했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해 피해자를 속이는 사례가 늘어나며 보고서는 지난해 처음으로 AI 관련 범죄를 별도 유형으로 다루기도 했는데, 60대 이상 피해액은 3억5200만달러(약 5250억원)를 웃돌았다.
미국은 2018년 고령자 금융 착취가 의심될 경우 별도의 동의 없이도 금융기관이 거래를 중지시키고 금융당국에 보고할 수 있는 '고령자 안전법'을 제정했다. 또 신종 금융 사기로부터 고령층을 보호하는 내용의 '노인 사기 방지법'이 2022년 시행됨에 따라 연방거래위원회, 소비자보호단체, 산업계 등이 참여하는 고령층 사기 방지 자문단이 운영되고 있다. 미국 법무부도 2020년 '전국 노인 사기 핫라인'을 구축하며 고령층 금융 사기 신고를 받고 있다.
◆日·英도 피해자 구제 나서
일본은 2019년 특수 사기로부터 고령층을 지키기 위한 '오레오레 사기(나야 나 사기·지인인 척 속여 송금을 유도하는 수법) 대책 플랜'을 발표하고, 2024년 '국민을 사기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종합 대책'을 마련했다. 일본 경찰청은 지난해 75세 이상 고령자에게 자동입출금기(ATM) 하루 인출·이체 한도를 최대 30만엔으로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했으며, 오사카부는 ATM 앞에서 노인의 휴대전화 통화를 전면 금지하기도 했다. 또한 고령층을 대상으로 자동 녹음 기능과 사전 경고 기능이 탑재된 보이스피싱 예방 전화기 구매 비용을 지원해주는 지방자치단체도 있다.
영국 정부와 금융당국은 피해자를 속여 스스로 송금 또는 결제를 진행하도록 유도하는 승인 유도 결제 사기에도 대응하고 있다. 영국 결제 시스템 규제 기관은 2024년 10월부터 '승인 유도 결제 사기 피해에 대한 의무 보상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데, 지난해 12월까지 승인 유도 결제 사기로 손실된 금액의 89%가 피해자에게 환급됐다.
[문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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