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美 “대만 독립 지지 안 해” 문구 삭제
16일 대만 중앙통신사와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미 국무부는 최근 홈페이지에 대만에 대한 공식 설명 자료를 갱신하면서 “우리는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표현을 뺐다. 대신 “대만은 미 국방부의 반도체 개발 프로젝트 등에 협력하고 있다”, “적절한 국제기구의 가입을 포함한 대만의 의미 있는 참여를 지지한다”는 내용을 추가했다.
이번 조치에 대해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대만에 대한 지지 의사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대만 외교부 역시 “미국과 대만 관계에 대한 긍정적 입장과 지지 표명을 환영한다”고 밝혔다.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대만에 대한 적극적 지지로 돌아섰다고 단언하긴 이르다는 분석도 있다. 왕훙런 국립성공대 정치학과 교수는 중앙통신사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회동을 앞두고 중국을 압박하기 위한 것”이라며 “여전히 상황은 유동적이고 문구는 바뀔 수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 미국 국무부는 2022년 5월에도 대만 설명자료에서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 등의 문구를 뺐다가 중국의 거센 항의로 한 달 만에 복원한 바 있다.
중국은 강하게 반발했다. 이날 중국 궈자쿤(郭嘉昆)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미국 국무부는 대만 문제에서 심각하게 역행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대만을 이용해 중국을 제압하려는 잘못된 정책을 고수하는 또 하나의 사례”라고 지적했다. 궈 대변인은 이어 “미국이 잘못된 입장을 즉시 바로잡고, 중미 관계와 대만해협 평화·안정에 심각한 손실을 피하도록 신중하게 행동할 것을 촉구한다”고 경고했다.
●中겨냥한 트럼프의 대만 문제 압박에 한·일 동조
중국은 미국을 포함해 다른 나라와 교류할 때마다 대만 문제는 절대 건드리지 말아야 할 레드라인이라는 점을 수차례 강조해왔다. 왕이(王毅) 중국 공산당 중앙외사공작위원회 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은 지난달 24일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과의 첫 통화에서도 “미국은 ‘하나의 중국’을 추구하겠다는 엄숙한 약속을 깨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미 국무부가 대만 독립 반대 문구를 삭제한 이번 조치가 당장 미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부정했다고 볼 수는 없다. 다만 트럼프 집권 이후 민감한 대만 문제와 관련해 중국을 압박하려는 미국의 의도가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고, 한국과 일본이 이에 동조하는 모양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의 미·일 정상회담 이후 “중국이 동중국해에서 힘과 강압에 의해 일방적으로 현상을 변경하려는 시도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에 중국은 ‘대만은 중국 내정’이라며 미중 양국에 항의했다. 하지만 지난 15일 뮌헨안보회의를 계기로 열린 한미일 외교장관회의에서도 “대만이 적절한 국제기구에 의미있는 참여를 하는 것을 지지한다”는 내용을 공동성명에 담았다.
여기에 일본은 5월부터 대만인이 자신의 출신지를 중국이 아닌 대만으로 표기할 수 있도록 호적 관련 시행 규칙을 바꾸기로 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17일 보도했다. 이에 대해 중국 외교부는 이날 “양안(중국과 대만) 동포는 모두 중국인”이라며 “일본은 대만을 침략하고 식민 통치하는 등 심각한 역사적 책임을 지고 있는 만큼 더욱 신중하게 행동하라”고 지적했다.
대만 해협을 둘러싼 군사 움직임도 잦아지고 있다. 대만 매체들은 16일 캐나다 순양함 HMCS 오타와함이 이날 대만해협을 통과했다고 밝혔다. 앞서 10∼12일에는 미 해군 구축함과 측량선도 대만해협을 통과하기도 했다.
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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