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정부에서 동아시아 담당 고위 관료로 오래 활동한 마이클 아마코스트 전 미 국무부 차관이 8일 샌프란시스코 근교 자택에서 별세했다고 NHK방송 등이 13일 보도했다.
1937년 미 오하이오주 출신으로 컬럼비아대를 나와 1969년 국무부에 들어갔다. 미 국가안보회의(NSC) 동아시아 담당 수석 보좌관, 국무부 동아시아 태평양 담당 차관보, 국무장관 대행 등을 역임했다.
1987년 호헌 조치에 대한 국민적 저항이 커지면서 전두환 정권이 계엄령 카드를 만지작거리자, 그는 분명한 반대 메시지를 냈다. 2023년 외교부가 공개한 비밀해제 외교문서에 따르면 그는 당시 국무부 정무차관으로서 주미 한국대사에 면담을 요청해 “설사 부득이한 경우라 하더라도 계엄령, 위수령 선포 등 비상 수단을 발동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뜻을 전했다. 국민적 저항에 미국의 압박까지 거세지자 결국 전두환 정권은 직선제 개헌을 담은 6.29 선언을 발표했다.
주일 미국 대사 퇴임 후에는 스탠퍼드대, 브루킹스연구소 등에서 연구에 전념하며 한국 싱크탱크 등과 교류를 이어갔다. 2009년에는 전직 관료 및 한반도 전문가들과 ‘한미 동맹의 새로운 출발: 오바마 행정부에 대한 제언’ 보고서를 펴내기도 했다. 당시 그는 “북한이 지난 몇십 년간 핵 개발을 해 온 데다 핵무기를 안보와 대외협상 수단으로 간주하고 있기 때문에 좀처럼 핵을 포기할 것 같지 않다”며 지금의 북핵 고도화를 전망했다.일본에서는 1991년 걸프전 당시 평화헌법으로 해외 파병을 거부한 일본에 자위대 파견을 요구했다. 쌀 시장 개방, 규제 완화 등을 둘러싸고 일본을 강하게 압박해 일본에서 ‘미스터 외압’이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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