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국내 조선사의 군함 건조 역량을 파악하기 위한 절차에 들어갔다. K방위산업이 세계 최대 규모인 미국 함정시장에 본격 진출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8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미국 전쟁부(국방부)와 해군은 최근 국내 조선 3사에 전투함 및 급유함 관련 정보제공요청서(RFI)를 보냈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에는 전투함·급유함, 삼성중공업에는 급유함 관련 RFI가 전달됐다. 이들 회사는 지난달 함정 설계·건조 역량과 생산능력 등을 미국 측에 회신한 것으로 전해졌다.
RFI는 사업 추진 전 가격과 납기, 생산 여력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발주를 한 것은 아니지만 발주하기 위한 실무 절차가 시작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미국 정부는 RFI를 검토한 뒤 제안요청서(RFP)를 발송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이 한국 조선업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중국을 견제할 필요성이 커진 상황에서 자국 조선업은 회복될 기미가 없기 때문이다. 미국 해군은 2055년까지 배수량 3만~4만t에 이르는 트럼프급 전함을 15척 도입할 계획이다. 하지만 자국 조선소만으로는 필요한 함정을 제때 확보하기 어렵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이재명 대통령에게 “미국 군함 10척을 빠르게 건조할 수 있느냐”고 질문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미국 해군은 지난 5월 발표한 ‘조선 계획’에서 처음으로 동맹국 조선소가 함정 모듈을 제작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기존엔 미국 내에서만 함정 모듈 제작이 가능했다. 한국 조선사가 미 군함을 수주하면 국내에서 블록과 모듈을 제작한 뒤 미국 현지에서 최종 조립하는 방식을 채택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 조선업계는 수백 개 블록을 동시에 제작·조립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모듈 생산 체계를 갖췄다. 국내 조선사는 미국 시장 투자도 확대하고 있다. 한화오션은 미국 필리조선소를 인수한 뒤 시설 확장에 나섰고, HD현대는 미국 방산기업 안두릴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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