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응태 기자] 미국과 중국 간 관세전쟁 완화 기대감에 지난주 펀드 수익률 상위권에 반도체 관련 상품이 대거 진입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과 무역 문제 논의에 나섰다고 직접 언급한 가운데, 중국이 미국산 일부 품목 125%의 관세 부과를 이미 철회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투자심리가 개선된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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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
25일 펀드평가사 KG제로인에 따르면 순자산액(클래스 합산) 100억원 이상, 운용 기간 1개월 이상인 국내 주식형 펀드의 최근 일주일(4월21~25일) 수익률을 분석한 결과, ‘미래에셋 TIGER반도체TOP10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가 9.14%로 가장 높았다.
미래에셋 TIGER반도체TOP10레버리지 ETF는 ‘에프앤가이드 반도체 TOP10 지수’를 기초로 삼아 2배 수익률을 추구하는 상품이다. 주요 구성종목은 삼성전자(005930), SK하이닉스(000660), TIGER Fn반도체TOP10 ETF 등이다.
수익률 2위 역시 반도체 관련 상품인 ‘미래에셋 TIGER반도체핵심공정 ETF’로 수익률은 8.59%를 기록했다. 이 상품은 국내 증시 상장기업 중 AI 프로세스 칩 및 시스템반도체 산업 구조와 관련된 기업을 투자한다. 한미반도체(042700), HPSP(403870), 리노공업(058470) 등이 투자 종목으로 편입됐다.
이외에 수익률 4~5위에 진입한 상품도 반도체 관련 상품으로 확인됐다. 수익률 4위는 ‘삼성 KODEX반도체레버리지 ETF’로 6.88%를 기록했다. 5위는 ‘삼성 KODEX AI반도체핵심장비 ETF’로 6.74%의 수익률을 나타냈다.
반도체 펀드 수익률이 개선된 건 미국과 중국 간 관세전쟁이 완화 국면에 진입했다는 전망이 나왔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은 중국산 수입품에 145%의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은 맞불 성격으로 미국산 제품에 125%의 보복관세 조치를 단행한 가운데 향후 협상을 통해서 관세 수위가 낮춰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중 간 관세 협상 진행 여부에 대해 “오늘 아침 대화를 나눴고, 우리(미국)는 중국과 만나고 있다”고 언급했다. 미국 CNN 방송 등은 중국 당국이 메모리칩을 제외한 미국산 반도체 8종에 대한 관세 철회 조치를 이미 내렸다고 보도했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연일 중국과 협상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는 트럼프 1기 행정부 때도 반복된 패턴”이라며 “당시에도 진실게임이 펼쳐졌지만 해당 사건 이후 실제로 미·중 무역협상이 재개됐다”고 설명했다.
미국 빅테크 업체가 AI 데이터센터 수요 둔화 전망을 일축한 점도 수익률 상승에 기여한 것으로 분석된다. 케빈 밀러 아마존 글로벌데이터센터담당 부사장은 해머미국에너지연구소 주최로 열린 ‘에너지 콘퍼런스’에서 “계속해서 (AI 데이터센터에 대한) 매우 강력한 수요를 보고 있다”며 “장기적인 관점뿐만 아니라 단기적으로도 숫자가 계속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밖에 국내 주식형 펀드 수익률 3위에는 ‘삼성 KODEX증권 ETF’가 올랐다. 수익률은 7.73%로 집계됐다. 이 상품은 삼성증권 등 국내 증권업종을 대표하는 11개 종목에 투자하는 ETF로, 금리 인하에 따른 실적 개선 전망이 부각하며 수익률이 개선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한 주간 국내 주식형 펀드 평균 수익률은 2.44%를 기록했다. 해외 주식형 펀드의 주간 수익률도 3.17%로 집계됐다. 지역별로는 브라질펀드 수익률이 6.05%로 가장 높았다.
주식형펀드 설정액은 전주 대비 293억원 감소한 18조1814억원으로 집계됐다. 채권형 펀드의 설정액은 7472억원 늘어난 44조809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머니마켓펀드(MMF)의 설정액은 3조4669억원 줄어든 162조3217억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