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올린 한은 … 결정문에 '상승 14번·물가 13번' 언급
신현송 "韓성장세 상당히 강해"
반도체發 호황에 경기 자신감
물가불안 지속되자 '긴축 카드'
원화약세·부동산 급등도 영향
전문가 "확장재정이 물가자극"
한국은행이 3년6개월 만에 기준금리 인상 카드를 전격 꺼낸 주된 이유는 반도체 경기 호조로 성장세가 예상보다 강한 흐름을 보이는 가운데 물가 상승률이 상당 기간 목표 수준을 웃돌고 있다는 점이다.
16일 한은이 기준금리 인상과 함께 내놓은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 가장 많이 등장한 단어는 '상승'과 '물가'였다.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은 금융통화위원들의 논의를 거쳐 확정되는 공식 문서로, 금리 결정의 배경과 향후 정책 방향을 가늠할 핵심 메시지가 담긴다. 이번 결정문에서 '상승'은 14차례, '물가'는 13차례 언급됐다. '성장'은 7차례, '투자'는 6차례, '반도체'는 5차례 등장했다. 이는 이번 금리 인상이 물가 상승 압력에 대응하는 동시에, 반도체 경기 호조에 따른 성장세가 금리 인상을 뒷받침했다는 판단을 보여준다.
◆ "에너지 값 상승 1년 이상 갈 수도"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가장 강조한 것도 물가였다. 그는 중동발 에너지 충격이 연료비 상승 등 직접 효과에 그치지 않고, 비용 경로를 통해 재화와 서비스 가격 전반으로 확산하는 간접 효과를 낳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에너지 가격 상승의 간접 효과는 약 6개월 뒤 정점을 찍고 1년 이상 이어질 수 있다며 "아직도 진행형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2%로 5월 3.1%보다 높아졌다. 석유류 가격 상승률은 24.7%에 달했고, 농축수산물 가격 상승폭도 확대됐다. 한은은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이 지난 5월 전망치인 2.4%를 웃돌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 경제가 반도체 부문을 중심으로 수출과 투자의 높은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고, 소비도 양호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점은 금리 인상을 뒷받침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6월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70.7% 늘었고, 일평균 수출도 59.4% 증가했다. 이에 따라 올해 성장률이 지난 5월 전망치인 2.6%를 큰 폭으로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신 총재는 "한국은 성장세가 상당히 강하다"며 "수출, 투자, 소비 등 국내총생산(GDP)의 모든 구성 요소가 강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원화 약세가 장기간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통화정책의 주요 변수로 지목됐다. 달러당 원화값은 외국인의 국내 주식 순매도와 중동 지역 불확실성 등의 영향으로 5월 말 1507.9원에서 6월 말 1549.4원까지 하락했다. 7월 들어 1500원 안팎으로 상승했지만, 고환율이 수입물가와 기대인플레이션을 다시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하다. 신 총재 역시 최근 원화값이 다소 안정됐지만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수입물가 상승률이 최근 소폭 둔화됐음에도 전년 동기 대비 20% 안팎의 높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는 만큼 환율이 통화정책 판단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설명이다.
◆ 가계대출·집값도 긴축 요인
가계대출과 수도권 집값 역시 한은의 긴축 전환을 압박했다. 은행 가계대출은 2분기 16조6000억원 늘어 1분기 1조원 감소에서 큰 폭 증가로 돌아섰다. 주택담보대출은 2분기 10조2000억원 늘었고 기타대출도 6조4000억원 증가했다.
물가가 3%대에서 쉽게 내려오지 않고 수도권 집값과 가계대출 증가세가 이어진다면 한은이 8월이나 10월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추가로 올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날 신 총재도 "물가가 목표 수준으로 안정적으로 수렴한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인상 기조를 이어가겠다"고 분명히 밝혔다. 사실상 연 3%대 기준금리로의 추가 인상을 예고한 셈이다. 박성욱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신 총재 취임 이후 발언과 이번 금리 인상 결정을 보면 그동안 말했던 방향대로 실제 행동을 이어가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물가를 빠르게 안정시키려면 재정정책도 긴축적으로 운용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추가 세수까지 동원해 투자를 늘리고 재정 지출을 확대하면 물가 상승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정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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