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노태우 300억 비자금 의혹’ 일가 계좌 본격 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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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인-자녀 등 계좌 자금흐름 조사
30년 넘게 지나 상당한 시간 필요
최태원-노소영 이혼 소송중 노출

최태원(왼쪽), 노소영.

최태원(왼쪽), 노소영.
검찰이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나비센터 관장의 이혼 소송 과정에서 불거진 노태우 전 대통령의 ‘300억 원 비자금’ 의혹과 관련해 계좌를 추적하며 자금 흐름을 파악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범죄수익환수부(부장검사 유민종)는 최근 노 전 대통령 일가의 금융계좌 자료 등을 확보해 자금 흐름을 들여다보고 있다. 검찰은 비자금 특성상 현금, 어음, 채권 등 다양한 형태로 자금이 변환됐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비자금의 실체와 은닉 여부, SK그룹 승계 과정에 활용됐는지를 들여다볼 방침이다.

다만 법조계 일각에서는 300억 원 비자금과 관련한 ‘선경 300억 원’ 어음이 1992년경 발행된 것으로 추정되고, 30여 년이 지난 만큼 자금 추적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300억 원 비자금 의혹은 1995년 노 전 대통령 비자금 수사 및 재판 당시에는 드러나지 않았다가 최근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 소송 항소심 과정에서 핵심 쟁점으로 부각되면서 본격적으로 제기됐다. 노 관장은 2023년 6월 항소심 재판 과정에서 “노 전 대통령의 300억 원 비자금이 SK그룹을 위해 사용됐다”며 어머니 김옥숙 여사가 ‘선경 300억 원’이라 기재한 메모와 50억 원짜리 어음 6장의 사진을 재판부에 증거로 제출했다. 이에 대해 최 회장 측은 300억 원이 실제로 전달되지 않았으며 김 여사의 메모는 퇴임 이후 SK가 그 액수 만큼 주기로 약속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노 관장의 주장을 인정해 최종현 SK 선대 회장에게 노 전 대통령의 돈이 유입됐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1조3808억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최 회장은 이에 불복해 상고했으며 사건은 현재 대법원 심리 중이다.

이혼 소송과는 별개로 300억 원 비자금 의혹이 수면 위로 올라온 뒤 관련 고발이 잇따르면서 검찰 수사가 진행됐다. 지난해 10월 5·18기념재단 등 시민단체들은 김 여사, 노 관장, 노재헌 동아시아문화센터 원장을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 등으로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같은 해 11월 고발인 조사를 진행하고 공소시효 여부 등을 검토하는 등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SK 측은 “노 전 대통령으로부터 어떤 비자금도 받은 것이 없으며, 검찰 수사로 명확히 밝혀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곽도영 기자 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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