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동에는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 국민의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과 송언석 원내대표가 참석했다. 대통령실에서는 강훈식 비서실장과 우상호 정무수석이 배석했다. 오찬 메뉴로는 통합의 의미를 담아 다양한 색깔의 국수를 준비했다고 대통령실은 밝혔다.
푸른색과 붉은색이 섞인 넥타이를 착용한 이 대통령은 이날 낮 12시부터 오후 1시 45분경까지 여야 지도부와 이야기를 나눴다. 이 대통령은 “저는 가능하면 빨리 뵙고 싶었다”며 “다른 야당들도 한꺼번에 보자는 요구들이 있긴 하지만, 밀도 있게 말씀을 들으려면 따로 뵙는 게 좋을 것 같아 서둘러 뵙자고 부탁을 드렸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 대통령은 먼저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과 관련해 “G7 회의에서 환대를 많이 받았다. 국제적으로 관심이 많은 상태였던 것 같다”며 “우리 입장에서는 대한민국의 혼란이나 위기 상황이 정리됐다는 것을 보여준 것 같고, G7이 관심 가지는 민주주의 가치나 회복력을 보여주는 계기가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이어 “많은 정상이 대한민국의 미래와 현재에 관심을 표명해 주셨다”며 “외교 문제는 여야가 함께 공동 대응해야 한다. 앞으로도 우리가 대외 문제에 관해 함께 입장을 조율해 가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또 외교 사안과 관련해 이 대통령이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도쿄에서 열린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 기념 리셉션에 직접 참석한 것을 높이 평가하자, 여야 지도부 모두 공감했다고 우상호 정무수석은 전했다.
이 대통령은 민생 경제에 대해선 “국내 문제에 대해 일상적으로 좋은 의견을 많이 주시지만, 이런 자리에서 따로 말씀을 주셨으면 좋겠다”며 “최근뿐 아니라 꽤 오래 대한민국 경제가 어려워서 국민의 어려움이 크다는 것을 누구나 공감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경제 상황의 바탕이라고 할 수 있는 안보와 외교를 한번 점검해야 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그러면서 “특히 우리가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집행해야 하는데, 정책안에서 의견이 다른 것은 당연하다”며 “의견을 충분히 들어보고 조정할 것은 조정하고,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은 공감하면서 가능하면 신속하게 (집행하겠다)”고 밝혔다.이 대통령은 끝으로 “(오늘 자리에) 흔쾌히 함께해줘서 감사드린다. 하실 말씀은 공개적이든 비공개적이든 하시면 저도 감안하겠다”고 했다.
우 수석에 따르면 이날 국민의힘 지도부는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의 검증 내용에 상당한 문제점이 있고, 검증에 임하는 태도도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김용태 비대위원장은 “정권마다 되풀이되는 인사청문회 파행을 시정하기 위해서 합리적인 제도와 관행 마련이 시급하다”며 “정부·여당에서 문재인 정부 때 인사 5대 원칙과 같은 원칙을 제시하고, 국회에서 먼저 합의하는 방안을 검토해 주시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는 “청문회에서 모든 것을 들어보고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청문회 과정에서 본인 해명을 지켜보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고 우 수석은 밝혔다. 이 대통령은 김 원내대표가 제시한 인사청문회 제도 개선의 필요성에 대해선 “공감한다”며 “특히 가족 신상까지 문제 삼는 분위기 때문에 능력 있는 분들은 입각을 꺼린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우 수석은 전했다.
김용태 비대위원장은 이 대통령에게 임기가 끝난 뒤 재판 받겠다는 것을 약속해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대통령의 재임 전(부터) 진행 중인 재판의 진행 여부에 대해 사법부의 헌법 해석에 전적으로 맡긴다는 것, 만약 사법부가 재판을 연기한다면 임기가 끝나고 재판을 받겠다는 것을 약속해 달라”고 말했다. 김병기 원내대표는 야당이 ‘재판중지법’ 등과 관련해 사법부의 독립이 우려된다고 지적한 것을 언급하며 “그런(사법부 독립) 요구를 하기 전 반성이 먼저”라고 비판했다.
우 수석은 “오늘 회동에서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는 격의 없는 대화를 시작했다는 점에 서로 의미를 부여했다”며 “향후 이런 만남을 자주 갖기로 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도 “서로 간에 대화할 수 있고 신뢰할 수 있는 최소한 첫발은 뗀 것 같다. 오늘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이혜원 기자 hye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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