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이시바 사퇴…차기 총리는 다카이치 vs 고이즈미 '2파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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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7일 기자회견을 위해 도쿄 총리 공관에 들어서고 있다. 이시바 총리는 이 자리에서 총리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  AP연합뉴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7일 기자회견을 위해 도쿄 총리 공관에 들어서고 있다. 이시바 총리는 이 자리에서 총리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 AP연합뉴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7일 “자민당 총재직에서 사임하기로 했다”며 총리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 이시바 총리는 자민당 총재 선거와 총리 지명 선거로 새 총리가 탄생하면 자리에서 물러날 전망이다. 내각제인 일본에서는 다수당 대표가 총리가 되며 현재 제1당은 자민당이다. 자민당 내 강경 보수 인사들과 달리 비교적 온건한 역사 인식을 가진 이시바 총리가 퇴임하면 한·일 관계 불확실성이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집권 1년도 안돼 무너진 이시바

日 이시바 사퇴…차기 총리는 다카이치 vs 고이즈미 '2파전'

이시바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새로운 (자민당) 총재를 뽑는 절차를 개시해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자민당은 8일 조기 총재 선거 실시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었다. 자민당이 지난해 중의원(하원)에 이어 올해 7월 참의원(상원) 선거에서도 패배하면서 당내에서 이시바 총리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졌기 때문이다. 이시바 총리는 임시 총재 선거 요구와 관련 “당내에 결정적인 분열을 초래할 수 있다”며 이날 사임 의사를 밝힌 이유를 설명했다. 차기 총재 선거에는 출마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이시바 총리는 사임을 결정한 이유로 미국과의 관세 협상 합의도 꼽았다. 그는 “(미·일 관세 협상이) 일단락된 지금이 적절한 시기라고 생각해 후진에게 길을 양보하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참의원 선거 패배 등 선거 결과에 대한 책임은 자신에게 있다고 설명하며, “지위에 연연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해왔다”고 강조했다. 선거 직후엔 미국과의 관세 협상은 타결했지만, 대통령령이 발령되지 않아 곧바로 물러날 수 없었다는 설명이다.

이시바 총리는 이날 회견에서 외교 성과를 언급하던 중 이재명 대통령과 결실 있는 회담을 했다며 아시아 여러 나라와 연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시바 총리는 “미·일 동맹의 심화와 동지국과의 연대에 힘써 왔다”며 “다음 총재, 총리가 꼭 이어받길 바란다”고 말했다.

◇“李대통령과 결실있는 회담”

이시바 총리는 지난해 9월 자민당 총재로 선출됐다. 총재 선거 도전 다섯 번째만이었다. 10월에 제102대 총리에 취임했다. 물가 상승률을 웃도는 임금 인상 정착 등을 주요 정책으로 내세웠다.

그는 총리 취임 8일 만에 중의원 해산에 나섰다. 중의원 선거에서 자민당 정치인 비자금 문제에 엄격히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자민당과 연립 여당 공명당은 대패하며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했다. 자민당의 중의원 과반이 무너진 것은 2009년 이후 처음이다.

이시바 총리는 당시 선거에서 엄중한 심판을 받았다면서도 사퇴는 거부했다. ‘소수 여당’으로서 야당의 주장도 수용하겠다며 작년 11월 제2차 이시바 내각을 출범시켰다. 이후 정책별로 야당과 협의하며 정권을 운영했다.

올해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선 전 국민 1인당 2만엔 지급 공약을 내걸었다. 야당은 “선거를 노린 선심성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결국 자민당은 참의원 선거에서도 패배하며 양원에서 모두 과반 확보에 실패했다. 이에 자민당 내에서는 이시바 총리가 책임을 지고 사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확산했다.

◇차기 총리 다카이치·고이즈미 유력

이시바 총리 퇴진으로 집권 자민당 잠룡들은 1년 만에 다시 당권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게 됐다. 차기 자민당 총재 유력 후보로는 ‘40대 기수’인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과 ‘여자 아베’로도 언급되는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보담당상이 꼽힌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 차남인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준수한 외모, 탁월한 언변 등이 장점으로 꼽힌다. 올해 5월 농림수산상에 취임한 이후에는 이른바 ‘반값 비축미’를 방출하며 쌀값 하락을 이끌어 좋은 평가를 받았다.

다카이치 전 경제안보담당상은 여성·비세습 의원으로 아베 신조 내각에서 총무상과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내며 경력을 쌓았다. ‘강한 일본’을 언급하는 등 아베 전 총리 정치 노선을 전반적으로 계승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시바 총리의 퇴진은 한·일 관계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시바 총리는 일본의 과거사 책임을 인정하는 취지의 발언을 하고 제2차 세계대전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지 않는 등 한·일 관계에 비교적 온건한 모습을 보였다.

다카이치 전 경제안보담당상은 강경 보수 노선을 추종해 당선 시 한·일 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한·일 관계에 뚜렷한 태도를 밝힌 적은 없지만 야스쿠니신사를 줄곧 참배했다.

도쿄=김일규 특파원/최만수 기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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