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강제동원’ 또 외면…‘관계 개선’ 외치지만 과거사에 여전히 무성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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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광산 관련 약속한 ‘전체 역사’ 기록 2년째 미흡
일본군 강제 위안부·강제동원 문제에 전향적 태도도 전혀 없어

사진은 사도광산 갱도 모습. ⓒ 뉴스1

사진은 사도광산 갱도 모습. ⓒ 뉴스1
일본이 태평양전쟁 때 조선인 강제동원이 자행된 일본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후 약속한 ‘전체 역사 기록’을 2년째 이행하지 않고 있다. 일제가 조선인을 강제 동원한 역사를 외면하는 상황이 지속되는 것이다.

한일 양국의 새 정부 출범 후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 설정’을 기조로 관계 개선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지만 유독 과거사에 무성의한 일본의 태도는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15일 제기된다.

요식 행위로 ‘눈 가리고 아웅’…유네스코 “2년 뒤 권고 이행 상황 재검토”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오는 19일 부산에서 열리는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회의’를 계기로 사도광산의 보존·관리 현황과 일본의 후속 조치 이행 상황을 담은 결정문 채택 여부를 논의한다.

회의에 앞서 이날 공개된 유네스코 결정문안은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이코모스)와 세계유산센터가 지난해 12월 일본이 제출한 보존현황보고서(SOC)를 검토한 결과가 담겼다.

SOC에는 일본이 지난 2024년 7월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때 약속한 사항을 어떻게 이행했는지가 담겼다. 당시 일본은 사도광산에 설치된 전시물의 안내문 등에 사도광산의 ‘전체 역사’를 담으라는 권고를 받았기 때문에, 이를 어떻게 반영했는지가 핵심 검토 사항이었다.

유네스코는 일본 측이 일부 추가 조치를 한 점은 인정했다. 일본은 일부 시설에 이정표와 안내문을 추가한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여전히 조선인 강제 동원 문제에 대해서는 명확한 표기 혹은 설명이 없는 것이 문제로 지적됐다. 유네스코는 결정문을 통해 “해석·전시 시설이 전체 역사를 포괄적으로 어떻게 다루는지에 대해 명확할 필요가 있다”며 “진전 사항을 세계유산센터에 정기적으로 알릴 것”을 권고했다.

정부가 지난해 11월 21일 오전 일본 니가타현 사도시에서 사도광산 강제동원 한국인 희생자를 위한 정부 차원의 추도식을 개최했다. 추도식은 한일이 공동으로 열기로 합의됐으나 일본 측의 무성의한 태도로 제대로 열리지 못했다. (외교부 제공.) 2025.11.21

정부가 지난해 11월 21일 오전 일본 니가타현 사도시에서 사도광산 강제동원 한국인 희생자를 위한 정부 차원의 추도식을 개최했다. 추도식은 한일이 공동으로 열기로 합의됐으나 일본 측의 무성의한 태도로 제대로 열리지 못했다. (외교부 제공.) 2025.11.21
사도광산 내 전시물과 안내판에는 ‘강제 노역’ 혹은 ‘강제 동원’이라는 표현 대신 일본어로 ‘한반도 출신 노동자’, 영어로 ‘workers from the Korean Peninsula’라는 표현만 쓰인 상태다. 조선인들이 본인들의 의사에 반해 동원됐다는 강제성이 명확히 드러나지 않는 것이다.

유네스코는 특히 일본이 ‘한국 등 당사국과 긴밀히 협의’하고 전체 역사를 포괄적으로 다룰 것을 권고했다. 사실상 한국의 요구사항을 전향적 태도로 반영할 것을 권고한 셈으로, 일본은 내년 12월 1일까지 추가 이행보고서를 제출해야 하며, 이 보고서는 내후년 열리는 제50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다시 검토될 예정이다.

사도광산은 일본 에도시대 최대의 금광으로, 아시아·태평양 전쟁 기간(1941~1945년) 전쟁 물자 생산을 위해 조선인 노동자 1500~2000여 명이 강제 노동을 했던 공간이다. 하지만 일본은 이를 ‘에도시대 최대 금광’으로만 부각하고 있다.

2024년 일본은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등재를 앞두고 관행에 따라 한국과 협의를 진행했다. 이는 대부분의 의사 결정을 회원국 간 ‘합의’(컨센서스)로 도출하는 유네스코의 관례를 지키기 위한 것이었다.

당시 한일은 ‘매년 7~8월 사도광산에서 강제 동원 노동자를 위한 추도식 개최’, ‘강제동원 피해를 알리는 전시물 설치’ 등에 대해 합의했다. 정부는 일본 측의 선제 조치와 향후 약속 이행을 전제로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등재에 동의했다.

하지만 일본은 이같은 합의를 2년째 지키지 않고 있다. 등재 이후 추가된 ‘일본의 조치’는 사도광산 인근 한국인 노동자 기숙사 터 등을 안내하는 이정표 10여 개 설치가 전부로, 사실상의 ‘요식 행위’에 가깝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2024년과 지난해 추진한 추도식도 일본 측이 추도사에 ‘강제성’ 관련 표현을 넣는 것을 반대하며 파행됐다. 올해 역시 7월 중순이 되도록 추도식 일정, 내용과 관련한 양국 간 구체적인 협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한일 협력 확대 기조 뚜렷하지만…과거사 문제는 ‘제자리’

한일은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이시바 시게루·다카이치 사나에 정권에 거쳐 ‘관계 개선’을 위한 여러 조치를 이어오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한일은 협력 사안과 과거사 문제를 분리해 ‘투 트랙’으로 간다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은 과거사 문제를 전혀 ‘트랙’으로 상정하지 않은 듯한 모습이다. 의도적으로 과거사 현안을 배제하고 경제·안보 협력에만 치중하며 한일 관계를 ‘원 트랙’에서만 다루고 있다.

집권 전 행보로 ‘극우’ 의혹을 받았던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도 집권 후 한일 관계에 적극적 모습을 보이고는 있으나, 일본군 강제 위안부 문제와 독도 문제, 강제동원 문제 등에 대해서는 전향적 메시지가 전혀 없는 상황이다.

한일 정상의 합의 사항인 ‘조세이 탄광’(장생 탄광) 공동 발굴도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해저 탄광인 조세이 탄광은 1942년 2월 붕괴돼 강제동원 조선인 130여 명이 수몰된 곳이다.

일각에선 정부가 일본에게 과거사 문제에 대한 압박을 가하지 않는 점도 문제로 지적한다. 외교에 우선순위는 있다지만, 정부의 침묵이 지나치게 길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유네스코의 결정문 도출 과정에서 정부는 한일 당국 간 협의와 유네스코와의 협의를 통해 정부의 입장이 결정문에 도출될 필요성을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는 결정문에 강제 동원 등 일본의 ‘강제성’을 보다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표현은 삽입되지 않았지만, 일본의 개선 조치가 권고됐다는 점에서 정부의 입장이 일부 반영됐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하지만 유네스코의 권고가 강제성은 없으며, 이를 당사국의 요구에 명확히 부합하게 이행하지 않아도 세계유산 등재가 취소된 사례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이 이 사안에 대해 전향적인 태도를 보일 가능성은 작다는 뜻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유네스코 결정문에는 사도광산의 전체 역사를 알리기 위한 일본의 조치가 아직 충분하지 않다는 문제의식이 담긴 것으로 보고 있다”며 “정부는 앞으로도 일본이 세계유산위원회 결정과 등재 당시의 약속을 충실히 이행하도록 유네스코 사무국 및 관계국들과 긴밀히 협력하면서 필요한 노력을 지속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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