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의 승리” “어떻게 만장일치가”…희비 엇갈린 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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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탄세력’ 안국역 인근 집결
선고 후 얼싸안고 환호·박수

한남동 관저 인근 ‘반탄 집회’
침묵 속 실망섞인 탄식도 터져

집회장소 분산되며 충돌 피해
‘경찰버스 파손’ 20대男 체포

환희

환희 4일 서울 종로구 안국동 일대에서 열린 ‘탄핵 찬성’ 집회 참가자들이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파면 소식을 접한 뒤 두 손을 번쩍 들며 환호하고 있다. [이충우 기자]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

윤석열 대통령 파면이 결정된 4일 오전 11시 22분, 서울 종로구 안국역과 용산구 한남동 일대에선 환호성과 탄식이 교차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윤 대통령 탄핵에 대한 찬반 시위를 위해 4개월간 거리로 나선 시민들의 희비가 엇갈리는 순간이었다.

이날 안국역 6번 출구부터 경복궁 동십자각 인근까지 전 차로에 모여 탄핵 촉구 집회를 연 이들은 축제 현장에 모인 듯 얼싸안고 기뻐했다. 반면 탄핵이 기각·각하될 것이라는 기대로 대통령 관저가 있는 한남동에서 ‘대통령 직무 복귀 환영 집회’를 준비한 이들은 한동안 멍하니 허공을 바라봤다.

경찰에 따르면 진보 성향 시민사회단체 ‘윤석열 즉각 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은 이날 헌법재판소와 약 200m 떨어진 안국역 6번 출구부터 경복궁 동십자각 인근까지 전 차로에 오전 10시 45분 기준 경찰 비공식 추산으로 약 1만명이 모였다. 이들은 탄핵심판 선고가 열리기 전부터 거리에 자리를 잡고 “‘8대0’으로 탄핵이 인용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집회 구호로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하라”고 외쳤다.

10시 50분께부터 헌재 재판정을 생중계하는 영상이 재생되자 거리는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함성을 외치던 집회 참가자들도 입을 닫았고, 세차게 흔들리던 깃발과 피켓도 잠잠해졌다. 10분 뒤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결정 요지를 낭독하기 시작하자 집회 참가자들은 숨을 죽였다. 파면을 암시하는 발언이 나올 때마다 시민들은 박수를 쳤다.

마침내 11시 22분, 재판장인 문 대행이 대통령을 파면한다는 주문을 실제로 낭독하자 집회 참가자들은 저마다 두 팔을 하늘로 번쩍 들어올렸다. 동국대 재학생 홍석원 씨(21)와 정민우 씨(19)는 “헌재가 사회 안정을 위해 8대0 만장일치로 탄핵을 인용했다. 파괴된 민주주의가 회복되는 과정을 생중계로 지켜봐 기쁘다”고 말했다. 전날 오후 4시부터 거리에서 밤을 지새운 한규석 씨(30)는 “만장일치라 행복하다. 정의로운 헌재의 결정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비통

비통 4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탄핵 반대’ 집회 참가자들이 헌법재판소의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는 선고 소식을 접한 직후 눈물을 흘리며 망연자실해 있다. [이충우 기자]

탄핵 찬성 측과 반대 측 집회가 인접해 열린 한남동에선 환호성과 탄식이 뒤섞여 나왔다. 이날 한남동 관저 인근에서 촛불행동 등이 개최한 탄핵 찬성 측 집회에는 오전 10시 45분 기준 경찰 비공식 추산으로 약 1000명이 모였다. 경기도 남양주시에서 나온 유은영 씨(55)는 “국가가 밑바닥까지 내려갔으니까 이제 치고 올라갈 일만 남았다. 우리나라가 새로 태어나고 더 발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망연자실한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에서 집결해 헌재의 선고 생중계를 시청한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파면 선고에 할 말을 잃은 듯 침묵했다. 곳곳에서 욕설을 내뱉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다들 선고 결과를 믿을 수 없다는 듯 넋을 놓았고, 약 3분간 장내가 조용해졌다.

이후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헌재의 파면 선고를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쏟아냈다. 경기 군포에서 휠체어를 타고 관저 앞으로 온 김근관 씨(74)는 “헌재가 이 정도로 썩었을 줄은 몰랐다. 이재명과 문재인을 구속하는 것이 먼저인데 순서가 바뀌었다”며 분노했다. 대학생 A씨는 “헌재가 이재명에게 굴복한 모양인데, 광화문으로 나와서 모두가 납득할 설명을 내놓아라”며 허탈해했다. 이 모씨(55)는 “아무리 파면한다지만 어떻게 재판관 만장일치일 수가 있나”며 “대통령 일을 못하게 한 야당도 탄핵하자”고 한탄했다.

하지만 파면 선고 이후 탄핵 반대 세력은 집회 동력이 크게 약화되는 모습이었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는 “전원일치를 이해할 수 없다. 더 싸워야 한다”며 참가자들을 독려했지만 참가자들은 지친 듯한 얼굴로 자리에 주저앉아 있었다. 유튜브 ‘신의한수’ 운영자 신혜식 씨가 무대에 올라 “본격적인 국민 저항에 나서야 한다”고 외쳤지만 호응하는 이들은 많지 않았다.

선고 후 첫 주말인 5일에도 서울 광화문 일대에선 집회가 이어질 예정이다. 그동안 탄핵 찬성을 외친 비상행동은 5일 오후 4시부터 동십자각에서 집회를 열고 ‘승리’를 자축한다.

탄핵 반대를 주장해온 자유통일당 등은 “5일부터 광화문광장에서 3000만명을 모아 국민저항운동을 시작하겠다”며 헌재 선고에 대한 불복 운동을 시사했다. 전 목사는 “이재명을 체포하고, 우리 자손에게 대한민국을 물려줘야 한다”며 “헌재 결론이 다가 아니다. 그 위의 국민저항권이 남아 있다. 안 모이는 사람들은 북한에 살기를 원하는 것으로 간주하겠다”고 외쳤다. 자유통일당은 광화문 일대에 20만명 규모의 집회를 이미 신고한 상태다.

반면 전국 각지에서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개최해왔던 보수 성향 기독교단체 세이브코리아는 5일 국회 앞에서 예정했던 2만명 규모의 집회를 취소했다.

당초 우려했던 대형 안전사고는 발생하지 않았다. 이날 오전 군복 차림에 헬멧과 방독면을 쓴 20대 남성이 파면 선고에 격분해 경찰버스 유리창을 곤봉으로 깨는 소동을 벌였지만 곧바로 경찰에 체포됐다.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40대 남성이 분신을 시도했으나 인화물질이 없어 해프닝으로 마무리됐다. 이날 전국에 ‘갑호비상’을 발령한 경찰은 치안이 안정될 때까지 비상근무 체제를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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