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의 예상보다 높은 상호관세율 발표 이후 국내외 증시가 '쇼크' 수준에 가까운 충격을 받고 있는 가운데 증권가(街)에선 정치 불확실성 해소 이후 국내 경기부양을 위해 추가경정예산(추경) 등 재정지출 확대가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며 내수주(株)에 주목할 것을 권했다.
"추경 등 재정지출 확대 가능성 높아"
김수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5일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GDP 대비 재정적자는 0.5% 수준으로 미국 7.6%, 일본 6.1%, 유럽연합 3.1%를 감안하면 재정재출이 약했다"며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인용 이후 주식시장의 불확실성을 높였던 악재가 해소되면서 이제 재정지출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헌법재판소는 전날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선고에서 전원 일치 의견으로 '인용' 결정을 내렸다. 이에 코스피지수는 불확실성 해소에 장중 2500선을 회복하는 등 매수 심리가 들어오기도 했지만 상호관세 여파에 폭락한 미 증시 영향으로 결국 하락 흐름으로 마감했다.
김 연구원은 "2017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시기 땐 글로벌 경기 턴어라운드로 실적이 상향되고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은 장기적으로 낮아지는 기간이었는데, 탄핵선고 직후엔 단기적으로 멀티플이 돌아섰다"며 "(박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발의된 시기부터 선고까지 코스피 PER은 9.4배까지 내려왔다가 9.8배를 회복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발의됐을 때 코스피 PER는 8.4배로, 불확실성이 높았던 12월에는 8.1배까지 떨어졌다"며 "최근엔 8.6~9.4배 사이에서 움직이고 있는데 선고 결과 이후 불확실성이 사라지면서 눌렸던 코스피 밸류에이션이 상향 안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노출된 악재는 더 이상 시장의 변수가 아니고 밸류에이션 확대로 코스피 상승을 예상한다"며 "앞으로 경기를 살리는 정책이 나올 것이고 소비재, 유통, 건설 등 내수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헌재의 탄핵 인용 이후 최대 관전 포인트는 향후 추경 규모"라며 "추경 20조원 이상이면 한국 경기 부양 모멘텀이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추경은 전국민 소비쿠폰(지역화폐)에만 집중하기보다 건설, SOC 등 GDP에 직접적 영향이 있는 산업 지원과 소상공인 지원, 통상 경쟁력 강화까지 포함하는 방안이 유력하다"며 "2022년 이후 정부는 재정건전화를 강조한 측면이 있는데 향후 이와는 반대되는 정책을 운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앞서 지난달 31일 최상목 경제부총리는 "시급한 현안 과제 해결에 신속하게 집행 가능한 사업만을 포함한 10조원 규모의 '필수 추경'을 추진하고자 한다"며 "4월 중에 추경이 국회를 통과할 수 있도록 여야의 초당적 협조를 요청드린다"고 밝힌 바 있다.
김 연구원은 "한국은행 총재는 15조~20조원을 한국의 내년 성장률을 훼손하지 않는 적정 규모로 보는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35조원의 추경안을 제시하고 있는 상태"라며 "올 하반기 2차 추경에서는 모멘텀이 소비, 세제, 금융까지 확산될 수 있다"고 봤다.
"정치 불확실성 걷힌 만큼 방향 확실"
양해정 DS투자증권 연구원은 "탄핵 정국이 윤곽을 드러낸 이후 이제는 국내 재정 확대와 금리 인하 등 부양 정책이 나올 수밖에 없다"며 "정치 불확실성이 걷힌 만큼 방향은 더 확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 연구원은 "올해 글로벌 시장이 미국 외 시장에서 환율 부담이 걷히면서 전반적으로 부양 기조로 돌아선 것과 궤를 같이하는 것"이라며 "이후 코스피 경로는 경기나 글로벌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내수주의 경우 미국 정부의 상호관세에도 영향을 덜 받는다는 분석이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엔터, 유통, 금융, 인터넷 등 관세와 무관한 내수 업종은 향후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실적을 낼 가능성이 높다"며 "엔터는 해외 매출이 존재하지만 미국 의존도가 낮고 수출 품목도 재화가 아닌 용역으로 관세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유통, 금융, 인터넷 업종도 온전히 내수와 연결되고 국내 경기 부진으로 내수 부양을 강화할 수 있어 상대적으로 안정적일 전망"이라고 예상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