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한결의 이기업 왜이래’는 선한결 한국경제신문 기자가 매주 수요일 한경닷컴 사이트에 게재하는 ‘회원 전용’ 재테크 전문 콘텐츠입니다. 한경닷컴 회원으로 가입하시면 더 먼저 더 많은 콘텐츠를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정치인 테마로 지난 한 달 주가가 약 300% 급등한 형지글로벌이 유상증자에 나선다. 기업의 펀더멘털(기초체력)과 무관하게 단기 급등한 틈을 타 유증에 나서는 만큼 변동성 리스크를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형지글로벌은 10.03% 오른 1만1410원에 장을 마감했다. 이 기업은 지난 5거래일간에만 96.72% 급등했다. 지난달 27일부터 5거래일간은 연속 상한가를 쳤다.
형지글로벌은 교복업체 형지엘리트를 관계사로 두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성남시장 시절 추진한 무상교복 정책과 맞물렸다는 이유로 ‘이재명 테마주’로 분류됐다. 이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자 테마를 타고 주가가 급등했다.
형지글로벌은 보통주 600만 주를 유상증자해 204억 원을 조달하겠다고 지난 1일 공시했다. 1주당 0.5주를 무상으로 배정하는 무상증자도 병행한다. 유상증자로 발행되는 신주도 무상증자 대상이다. 형지글로벌의 최대주주 패션그룹형지가 참여할 계획인 유상증자 물량은 3분의 1 수준에 그친다.
유증 예정가는 3420원으로 이날 종가의 3분의 1 수준이다. 다음 달과 오는 6월 두 달간의 가중산술평균 주가를 기준으로 신주 발행가를 확정할 예정이다. 유상증자 배정비율은 1주당 약 0.93주다. 실제 청약 단계에서 신주청약권을 부여할 땐 소수점 이하는 절사(버림)해 비율을 적용한다.
이날 종가를 기준으로 10주를 보유한 투자자가 유상증자와 무상증자에 모두 참여한다고 가정한다면 주당 1만370원짜리 주식에 대해 평균 5603원을 지불한 셈이 된다. 유증을 통해 9주(소수점 절삭 적용)를 주당 3420원에 사고, 무상증자로 5주를 받으면 총 24주 보유에 13만4480원을 쓰게 돼서다.
다만 이는 주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한다는 전제가 필수로 붙어야하는 고위험 구조라는 게 금투업계의 지적이다.
형지글로벌의 지난해 매출은 398억원으로 전년 대비 21.6% 줄었다. 주력인 골프웨어 매출이 급감했다. 연간 순손실은 163억원으로 전년보다 손실폭이 3.5배 커졌다. 같은 기간 부채비율은 전년(97.5%)에 비해 23%포인트 증가했다.
이 기업이 유상증자로 새로 조달하는 자금 대부분도 신사업이 아니라 악화한 재무구조 개선에 쓰일 예정이다. 유상증자를 통해 확보한 204억원 가운데 122억원을 채무 상환에 쓴다. 71억원은 운영 자금, 나머지는 시설 투자 등에 투입된다. 정치 테마를 제외하면 기업가치 등 주가를 끌어올릴 요인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이 기업은 지난달 말 국내 증시에서 재개된 공매도 거래 대상에서도 제외됐다. 유상증자 발표 익일인 이날부터 오는 6월9일까지 공매도 거래가 금지된다. 유상증자는 시장가격을 기반으로 발행가를 정하는 만큼, 미리 공매도 거래를 한 뒤 싼 가격에 유상증자를 받는 일을 막기 위해 자본시장법상 청약 전 일정 기간 공매도를 막아놓는 조치에 따른다. 숏 포지션 압력이 '원천 차단'되면서 주가 상방이 기업의 실제 가치 이상으로 더 과열될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단기 급등한 주가가 유증 시점까지 유지된다는 전제를 장담할 수 없다"며 "정치 테마는 개인투자자 중심으로 움직이고, 유증 발표에 따라 공매도 거래가 제한된 만큼 수급이 한 방향으로 쏠려 과열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유상증자와 무상증자가 발표대로 이뤄질 경우 유통주식 수가 세 배 가까이로 늘어난다"며 "테마 모멘텀이 흔들리는 순간 주가 변동성이 커질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