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수사 검찰로]
체포 8일만에 檢에 보내고 기소 요구
尹 병원 있는데 구치소 구인 시도 등… ‘보여주기식 수사 집착’ 논란 불러
尹, 공수처와 달리 檢수사 응할수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23일 12·3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을 내란 우두머리(수괴) 및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검찰에 보내고 기소를 요구했다.윤 대통령을 한 번도 조사하지 못한 채 체포한 지 8일, 구속한 지 4일 만에 검찰로 사건을 송부한 것이다. 법조계에선 현직 대통령인 윤 대통령이 무책임하게 사법 절차에 협조하지 않았다는 비판과 함께 공수처가 ‘보여주기식 수사’에만 무리하게 집착했다는 지적이 동시에 나왔다. 공수처가 윤 대통령 신병 확보 외에 수사를 거의 진전시키지 못한 만큼, 검찰은 원점부터 다시 수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 尹, 모든 조사 거부… 공수처 ‘빈손’ 송부
이재승 공수처 차장검사는 23일 브리핑을 열고 “피의자(윤 대통령)는 내란 우두머리라는 국가 중대 혐의를 받고도 현재까지도 비협조적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며 “계속 조사를 시도하기보다는 검찰이 그간 수사 상황을 종합하고 필요한 수사를 추가로 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판단해 사건을 넘기기로 했다”고 밝혔다. 공수처는 현직 대통령에 대한 기소권이 없어 검찰이 기소해야 한다.당초 공수처는 1차 구속기한 만료를 28일경으로 계산하고 이때쯤 사건을 넘기겠다는 방침이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이 수사를 전면 거부하고, 윤 대통령이 풀려나지 않으려면 구속기한을 보수적으로 계산해야 한다는 검찰 측 주장을 일부 받아들여 일찍 넘기기로 했다.
윤 대통령은 15일 공수처로 압송돼 진행된 첫 피의자 조사에서 “비상계엄은 헌법상 대통령 권한이라 판검사가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라는 취지로 발언한 이후 진술거부권을 행사했다. 피의자 신문조서에 서명·날인도 하지 않았다.윤 대통령은 이후 공수처의 출석 요청도 모두 거부했고, 19일 구속영장 발부 이후에도 조사를 거부했다. 공수처의 20∼22일 강제구인·현장조사 시도도 윤 대통령이 변호인 접견과 외부 병원 진료 등을 이유로 거부하면서 모두 무산됐다. 21일 공수처는 윤 대통령이 안과 진료를 받으러 간다는 사실을 통보받고도 서울구치소에서 윤 대통령을 기다리기도 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현직 대통령이라면 조사 요구에 당당히 응하고 사법 절차에 적극 협조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맞다”라면서도 “공수처 역시 검찰에서 사건을 가져왔으면 빈틈없이 수사를 진행했어야 하는데 보여주기식 수사에만 집착했다”고 지적했다.● 檢, 대면조사 방침… 윤, 검찰 수사엔 응할 수도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는 이날 공수처로부터 약 69권, 총 3만 쪽이 넘는 분량의 수사기록을 넘겨받았다. 공수처가 생산한 기록은 26권으로, 나머지 43권은 검찰 특수본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 군 수뇌부를 수사해 이첩한 내용들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공수처가 수사한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 등에 대해서도 재판에 넘긴 상태다.
법조계에선 공수처의 수사 성과가 거의 없는 만큼 검찰이 윤 대통령 수사를 원점부터 재검토할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18일 공수처로 사건을 이첩한 이후에도 국무위원과 군 관계자들에 대한 조사를 이어 오며 윤 대통령 조사를 위한 준비 작업을 진행해 왔다. 공수처가 군 관계자들로부터 “윤 대통령이 2차 계엄도 가능하다고 말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져 이 부분도 수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윤 대통령 대면조사로 내란 수사의 마침표를 찍을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 측은 검찰 조사에 응할지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윤 대통령이 검찰 수사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높지 않다. 검찰은 공수처처럼 직권남용 관련 범죄로 내란죄를 수사할 수 있다고 보고 있지만, 내란죄 수사권 자체가 없는 건 공수처와 같다. 그간 윤 대통령 측은 수사기관 조사는 응하지 않고, 서울중앙지법의 공개 재판과 헌재 탄핵심판에만 출석하겠다고 밝혀 왔다.
최미송 기자 cms@donga.com
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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