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탄핵심판 숙의 역대최장
금요일 관례 따라 21일 전망
8대0 vs 5대3 결과예상 분분
만장일치 파면땐 빠른 결론
이견 못좁히면 결정 늦어질듯
韓 탄핵심판 동시 선고할수도
여권 "한총리 먼저 결단하라"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두고 역대 최장 기간 숙의를 이어가는 가운데 이번주에는 선고기일이 지정될지에 관심이 쏠린다. 헌재의 논의 내용과 진행 상황 등이 일체 베일에 가려진 상황에서 침묵이 길어지는 이유에 대해 갖가지 추측이 난무하는 상황이다. 법조계와 정치권 일각에선 "더 이상 미루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오는 21일께 선고가 유력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헌재는 애초 선고기일로 유력했던 지난 14일을 넘겨 16일 현재까지도 숙의를 이어가면서 역대 대통령 탄핵사건 중 최장 기록을 경신했다. 16일 기준 심리 92일째를 맞으며 박근혜 전 대통령 때 91일 기록을 깼다. 헌재는 또 지난달 25일 최종변론기일을 마친 뒤 19일째 침묵하며 노무현 전 대통령 때 변론 종결 이후 숙의기간 기록(14일)을 넘어섰다.
법조계에 따르면 8인의 헌법재판관은 이번 주말엔 평의 없이 각자 사건 기록 등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도 "내부에서 결론이 모인 상황" "이견이 해소되지 않아 별도의 시간을 갖기로 한 것" 등 상반된 해석이 제기되는 중이다.
헌재가 만일 윤 대통령을 파면한다면 그 결과는 '8대0 만장일치'일 가능성이 높다는 예측이 주를 이룬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 탄핵 찬성과 반대 비율이 6대4 정도로 나오며 국론 분열이 극심한 만큼 선고 후 이를 최소화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헌재가 이미 결론을 냈지만, 결정문 완성 단계에서 적시해야 하는 소수·보충 의견을 두고 세부 논리를 가다듬는 중이란 추정도 있다.
이 경우 헌재가 선고를 이번주 이후로 미루지 않을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린다. 통상 2~3일 전 선고기일을 공지하는 관례로 볼 때 이달 17일은 가능성이 낮고, 18일엔 박성재 법무부 장관 탄핵심판 변론기일이 지정돼 있다. 이 때문에 이번주 선고가 나온다면 오는 19~21일 확률이 높다. 노 전 대통령, 박 전 대통령 때도 선고 이후의 사회적 파장을 줄이기 위해 모두 금요일에 선고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에도 21일을 점치는 시각이 다수다.
여권 일각에선 탄핵 인용 5명 대 기각 3명으로 의견이 갈렸다는 설도 나온다. 국회 측의 탄핵소추 사유에서의 내란죄 철회와 일방적인 변론기일 지정, 윤 대통령 측이 제기해온 방어권 보장 부족 등 절차적 문제, 윤 대통령에 대한 법원의 막판 구속 취소 결정 등이 변수로 작용했을 것이란 시각이다.
헌재법은 가결 요건을 '헌법재판관 6인 이상의 찬성'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이렇게 되면 윤 대통령 탄핵은 기각된다. 다만 이런 경우 진보 성향의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임명 여부가 중대 쟁점으로 떠오를 수 있기에 헌재가 고심하고 있을 수 있다.
또 여러 탄핵심판과 권한쟁의심판, 위헌법률심판 제청 등으로 업무 과부하가 걸린 헌법재판관들이 충분히 기록을 검토하지 못했고 이에 시간이 더 걸리고 있다는 해석도 있다.
이와 관련해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심판 선고기일이 언제 잡히느냐도 관심거리다. 탄핵소추 사유가 상당 부분 같기 때문에 선고일을 어떻게 배치하느냐와 결론이 같냐 다르냐도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선입선출 원칙에 따라 지난달 19일 변론기일이 종료된 한 총리 선고가 지난달 25일에 끝난 윤 대통령 사건보다 먼저 진행돼야 맞다. 하지만 한 총리 관련 선고가 윤 대통령에 대한 '선행 메시지'로 해석될 여지가 있고, 여야가 서로 다른 해석을 내놓으며 사회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이에 헌재에서 윤 대통령과 한 총리 선고를 같은 날짜로 맞출 것이란 예측도 나오고 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덕수 총리의 복귀가 시급하다"면서 헌재를 압박했다. 권 원내대표는 "국무총리 탄핵소추만이라도 신속하게 결정하라고 당부드린 것"이라고 했다.
[안정훈 기자 / 박민기 기자 / 최희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