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 전쟁을 잠시 멈춘 중국과 미국이 다음주 고위급 회담을 진행한다. 오는 11월 이후 관세 전쟁이 다시 불붙기 전 경제·국가안보 등 폭넓은 분야에서 논의를 이어갈 전망이다.
1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이 다음 주 스페인에서 허리펑 중국 국무원 부총리를 만나 무역 회담을 할 예정이다. 미 재무부는 성명을 통해 베선트 장관이 12일부터 18일까지 스페인과 영국을 방문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가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허 부총리를 만나 무역, 경제, 국가안보 등에 관한 논의를 이어간다고 밝혔다. 중국계 인기 동영상 공유 플랫폼인 틱톡의 운영 방안, 자금 세탁 근절을 위한 공동 노력과 관련한 의제도 논의 테이블에 오를 것이라는 게 재무부의 설명이다.
미국은 '틱톡 금지법' 제정 후 틱톡의 미국 내 사업 매각 등을 두고 중국과 지속적으로 협상을 시도해왔다. 또한 미국은 마약 카르텔의 자금 세탁에 중국계 세력이 연관됐을 가능성을 의심하면서 중국에 협조를 요청하고 있다.
베선트 장관과 허 부총리의 회담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폭탄'으로 미·중 무역 전쟁이 촉발한 뒤 네 번째로 열리는 고위급 무역 회담이기도 하다. 지난 4월 미국과 중국은 공격적으로 관세율을 높이면서 대치했다. 5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1차 고위급 회담으로 각각 115%포인트씩 관세율을 대폭 낮췄다. 6월 영국 런던에서 열린 2차 회담에 이어 7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3차 회담에서 미·중은 일단 고관세율 유예를 90일 더 연장하는 데 합의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대중 매파로 불리는 인사의 미 상무부 요직 지명을 철회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랜던 하이드 미 상무부 수출행정 담당 차관보 후보자에 대한 지명을 철회했는데, 이 자리는 미국의 전략물자, 첨단기술 등의 수출통제를 총괄한다.
하이드 후보자는 미국 하원 중국 특별위원회에서 일하며 인공지능(AI) 칩에 대한 글로벌 규제와 중국 바이오테크 기업과 사업 관련 규제에 관여해왔다.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좀 더 유화적으로 접근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한편 중국 관영매체는 미·중 외교·국방 수장이 잇단 소통에 대해 "양국 관계의 호전 신호"라고 평가했다.
중국공산당 인민일보 계열의 영자신문 글로벌타임스는 12일 사설을 통해 "중국과 미국의 외교·국방 간 최근 (전화) 회담은 올해 양국 관계가 지속적으로 호전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또 다른 신호"라며 "세계 경제와 국제 시장에 긍정적이고 확실한 기대감을 불어넣었다"고 진단했다.
지난 9일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과 둥쥔 중국 국방부장(장관)이, 이튿날인 10일에는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과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이 연달아 통화했다.
글로벌타임스는 "양국 정상의 중요 합의에 따라 건전하고 안정적인 관계를 발전시키려는 공동 기대를 세계에 보여줬다"면서 "세계적 혼란과 빈번한 지역 분쟁 속에서 양국이 고위급 소통을 늘린 것은 오해와 오판의 위험을 크게 줄이고, 공공 안보와 공급망 안정 등 세계적 과제 해결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블룸버그통신은 양국 고위급 간 연쇄 접촉이 다음달 말 한국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전후 미·중 정상회담의 길을 열고 있다고 분석했다.
베이징=김은정 특파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