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빅테크들 “기밀유출 우려, 딥시크 모델 제재해야”
14일(현지시간) 미국 정보기술(IT) 전문매체 디인포메이션은 소식통을 인용해 딥시크가 중국에서 ‘국보급 지위’를 얻고 직원들이 여행 제한을 받는 등 집중 통제 관리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딥시크와 모회사 하이플라이어 일부 직원들은 최근 정부로부터 여권을 제출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몇명이 이번 조치에 포함됐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현재 딥시크에는 130명의 직원이 있으며, 하이플라이는 200여명이 일하고 있다. 중국은 일반적으로 공산당원이나 정부 관리, 국유기업 임원의 해외여행을 제한한다.
중국 정부는 딥시크 직원들의 이직도 제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딥시크 직원에 취업 제안을 한 일부 중국 헤드헌터는 중국 저장성 정부 관리들로부터 직원을 건드리지 말라는 전화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딥시크와 접촉하는 것도 공산당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디인포메이션은 전했다.이같은 조치는 중국이 AI를 정부가 관리하는 전략산업으로 본격화하고, 국가 차원에서 직접 관리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중국은 AI 굴기에 속도를 내고 있다. 7일 열린 양회(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중국 정부는 1조 위안(약 200조 원) 규모의 ‘국가창업투자유도펀드’를 조성해 AI, 로봇 등 첨단 산업을 집중 육성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특히 시진핑 국가주석은 딥시크 창업자 량원펑과 면담하는 등 테크 기업 수장들에게 힘을 싣고 있다.
중국에서는 제 2, 제 3의 딥시크가 나오고 있다. 5일 중국 스타트업 모니카가 출시한 범용 AI 에이전트(비서) 서비스 마누스는 딥시크 R1과 대등한 성능을 선보이며 주목을 받고 있다. 업계에서는 오픈AI가 월 200달러 구독료로 제공하는 에이전트 서비스 오퍼레이터보다 뛰어나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이처럼 중국 AI 스타트업이 미국 빅테크 기술을 위협한다는 평가가 나오자 미국도 견제에 나섰다. 오픈AI는 13일(현지시간) 미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OSTP)에 제출한 ‘AI 행동 지침’ 정책 제안서를 통해 미국 정부가 딥시크를 비롯한 중국 정부가 지원하는 AI 모델을 금지할 것을 주장했다. 오픈AI는 딥시크를 “정부 보조금을 받는 국가 통제 조직”이라 명시하고 “미국을 비롯한 ‘우방국(티어 1 국가)’에서 이들이 만든 AI 모델을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어 “중국 AI 딥시크가 중국 법률상 사용자 데이터를 제출해야 할 의무가 있기 때문에 이들의 AI 모델은 보안과 지식재산권(IP) 보호에 심각한 위험 요인이 된다”고 설명했다. 오픈AI가 직접적으로 중국산 모델 퇴출을 주장하고 나선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치열해지고 있는 AI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을 보여준다는 분석이 나온다.앞서 오픈AI 대항마로 꼽히는 앤스로픽 다리오 아모데이 최고경영자(CEO)도 10일 열린 미국 외교관계위원회 행사에서 중국이 “대규모 산업 스파이 활동”으로 유명하며 “앤스로픽과 같은 AI 회사가 거의 확실하게 표적이 되고 있다”면서 미국 AI 기업들의 기밀이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미국 정부 개입 필요성을 주장했다.김상배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최근 ‘중국의 딥시크 공습, AI 패권 경쟁 속 한국이 나아가야 할 길’이란 주제로 열린 정책토론회에서 “AI 패권 경쟁은 단순한 기술 개발을 넘어 플랫폼, 규제, 외교·군비 경쟁이 복합적으로 얽힌 국제 정치적 이슈가 됐다”면서 “미국은 민간 중심의 개방형 전략을 중국은 정부 주도의 AI 전략을 펼치는 가운데 한국은 중견국으로서 균형 잡힌 AI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했다.
남혜정 기자 namduck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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