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폭탄' 예고한 美 정부…한국도 안심 못한다

3 hours ago 1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미국이 오는 4월 세계 주요국을 대상으로 예고한 상호 관세를 먼저 실행한 뒤 이를 지렛대 삼아 상대방을 압박해 자국에 유리한 방식으로 양자 무역 질서를 재편하겠다고 밝혔다. ‘선 관세 폭탄, 후 협상’ 기조를 구체화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당사국인 우리나라도 자동차 등 주요 품목에서 상호 관세 사정권에 든 것으로 파악돼 향후 비관세 품목을 중심으로 가해질 미국발 통상 압력을 완화하기 위한 전략 마련에 힘쓰고 있다.

마크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10일(현지시간) CBS 방송에서 “공정성과 상호주의에 기반한 새 기준선을 설정한 후 세계 각국과 양자 협상을 진행해 양측 모두에게 적절한 새 무역 방식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루비오 장관의 이번 발언이 다음달 상호관세 부과가 강행될 것이라는 미국 측의 입장을 선명히 드러낸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 나렌드라 모디 총리 등 세계 주요국 정상과 고위 당국자들이 워싱턴 DC로 몰려 대규모 투자, 미국산 에너지 수입 확대, 대미 관세 인하 등을 약속했지만 트럼프 신정부가 협상은 4월 이후의 일이라는 인식을 드러냈다는 것이다.

그간 우리 정부도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방미 등 미국 측과 협의에서 우리나라에는 상호관세를 매기지 말아 달라는 입장을 줄곧 펴왔다.

그러나 트럼프 신정부는 ‘30개월 미만 소고기 수입 금지’ 등 민감한 농산물 수입 규제를 포함한 각종 비관세 장벽 요소까지 고려해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한미 FTA가 상호관세 부과를 막는 방패가 되기 어렵다는 관측이 커졌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도 최근 한국과 일본, 독일 등 국적에 상관없이 모든 수입차에 상호관세가 부과될 것이라고 언급하면서 한국의 주력 수출품인 자동차부터 당장 상호관세 부과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정인교 통상교섭본부장은 방미 중인 지난 14일(현지시간) 워싱턴 특파원들과 만나 “(미국 측이) 적어도 주요국들에 비해 비차별적 대우를 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는 한국의 정책 초점이 ‘완전 면제’에서 ‘충격 최소화’ 쪽으로 기울고 있음을 보여준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우리 정부는 안 장관과 정 본부장 등 통상 고위 당국자들의 연쇄 방미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4배 관세율’ 등 미국의 오해를 풀고 조선·가스 등 한국의 협력 요인을 지렛대 삼아 대한국 압력 수위를 최소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이 4월 이후 개별 협상을 추진할 계획인 만큼 미국의 8대 무역 적자국인 한국에 대한 통상 압력이 이후 더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우리나라는 한미 FTA로 대부분 상품에 무관세를 적용해왔기 때문에 향후 비관세 장벽이 미국의 주된 압박의 명분이 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국내에서 매우 민감한 30개월 미만 소고기 수입 제한 문제, 구글의 정밀 지도 반출 문제, 한국의 약값 책정 정책, 스크린 쿼터제 등이 압박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이 트럼프 1기 때처럼 한미 FTA 개정이나 전면 철폐 후 새 협정 체결 요구에 나서면서 한미 무역 질서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운동 당시부터 국내 일자리에 영향이 큰 자국 자동차 산업 보호 의지를 강력히 피력한 상황에서 자동차를 한미 FTA 면제 품목의 예외로 정해 관세 부과를 장기적으로 제도화하는 방안을 추구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한미 FTA 체결 효과로 관세로는 상호관세 부과 근거가 희박하고, 대미 무역 적자나 서비스, 디지털, 약값 등의 문제를 근거로 부과할 여지가 있는 것 같다”며 “예단해서 말할 수 없지만 차제에 한미 FTA 재개정 등과도 연계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박수림 한경닷컴 기자 paksr365@hankyung.com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