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트넘 주장 손흥민이 22일(한국시간) 스페인 빌바오 에스타디오 산마메스에서 열린 UEL 결승전에서 맨유를 꺾고 우승한 뒤 그라운드에 앉아 트로피에 입맞춤하고 있다. 프로 커리어 15년 만에, 토트넘 입단 10년 만에 수확한 첫 우승이다. 사진출처|토트넘 홋스퍼 페이스북
다 가진 듯 했는데, 다 가진 건 아니었다. 딱 하나가 빠져있었고 아쉬움이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그토록 찾아헤맨 마지막 조각을 스페인 빌바오에서 찾았고, 완벽한 퍼즐을 완성하게 됐다. 손흥민(33·토트넘)이 ‘진정한 전설’로 거듭났다.
주장 손흥민이 함께 한 토트넘이 22일(한국시간) 에스타디오 산마메스에서 열린 2024~2025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UEL) 결승전에서 전반 42분 터진 브레넌 존슨의 결승골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잉글랜드)를 1-0으로 꺾고 정상에 섰다.
2008년 잉글랜드 리그컵 이후 17년 만에 ‘무관의 역사’를 끊은 토트넘은 1971~1972, 1983~1984시즌 UEFA컵(UEL 전신)을 들어올린지 41년 만에 통산 3번째 유럽클럽대항전 트로피를 품에 안으며 새로운 역사를 썼다.
10년 간 토트넘 유니폼을 입고 헌신한 손흥민에게도 더 없이 특별한 하루였다. 프로 커리어 첫 타이틀을 얻었기 때문이다. 벤치에서 출발, 후반 22분 교체 투입돼 추가시간까지 30분 간 그라운드를 누빈 그는 헌신적인 플레이로 승리를 지켜냈고, 시상식에서 트로피를 번쩍 들어올렸다.
2010년 함부르크에 입단해 레버쿠젠(이상 독일)을 거쳐 2015년 여름 북런던에 입성한 그는 UEL 우승 이전까진 어떤 대회에서도 정상에 오르지 못했다. 꾸준히 기회가 왔으나 번번이 놓쳤다. 2016~2017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첼시에 밀렸고, 2018~2019시즌엔 UEFA 챔피언스리그(UCL) 결승에선 또 다른 EPL 클럽 리버풀에 0-2로 졌다. 2020~2021시즌엔 리그컵 결승에서 맨체스터 시티에 0-1로 패했다.
그때마다 손흥민은 주저앉아 펑펑 울었다. 물론 고통의 눈물이었다. 준우승 메달을 받기 위해 트로피 앞을 지나치던 그의 일그러진 표정에는 좌절감이 가득했다. UEL 파이널을 위해 빌바오로 향하기 전 런던 엔필드 트레이닝센터에서 진행된 구단 미디어데이에서 손흥민은 스포츠동아에 “오랫동안 찾아다닌 퍼즐조각을 꼭 채워넣고 싶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토트넘 주장 손흥민이 22일(한국시간) 스페인 빌바오 에스타디오 산마메스에서 열린 UEL 결승전에서 맨유를 꺾고 우승한 뒤 트로피에 입맞춤하고 있다. 프로 커리어 15년 만에, 토트넘 입단 10년 만에 수확한 첫 우승이다. 사진출처|토트넘 홋스퍼 페이스북
그럴 만도 했다. 1992년생, 30대 중반의 나이를 감안하면 UEL 트로피는 무조건 잡아야만 했다. 마침 선수 개인이 이룰 수 있는 영광도 모두 누렸다. 2020~2021시즌 아시아 최초로 EPL 득점왕에 올랐고, 2020년엔 번리전 70m 드리블에 이은 원더골로 국제축구연맹(FIFA)이 선정한 푸스카스상을 받았다.
다만 전망이 밝지만은 않았다. 토트넘은 UEL에선 꾸역꾸역 전진한 반면, 자국에선 역대 최악의 시즌을 보냈다. 조기 탈락한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이나 리그컵은 차치하고, EPL에서 최하위권인 17위에 머물고 있다. 챔피언십(2부)으로 강등되지 않은 것이 다행일 정도로 심각했다.
하지만 손흥민은 기적의 스토리를 썼다. 스스로 밝힌 “다신 찾아오지 않을 마지막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UEL 리그페이즈부터 프랑크푸르트(독일)와 8강 1차전까지 9경기를 소화한 그는 발 부상으로 한 달여 간 회복에 전념하다 결승전을 앞두고 컴백해 드라마를 완성했다. 역시나 또 눈물을 쏟았으나 이번엔 격정과 환희였다. UEFA가 집계한 대회 기록은 10경기(672분), 3골·2도움이다.
손흥민은 경기 후 크고 당당하게 외쳤다. 아껴온 단어도 직접 꺼냈다. “오늘만큼은 나도 (토트넘의) 레전드다. 17년 간 못해낸 것을 오늘 해냈다. 아닐 이유가 없다. 항상 꿈꿨던 순간이 지금 현실이 됐다. 세상에서 난 가장 행복한 사람이다.”
토트넘 주장 손흥민이 22일(한국시간) 스페인 빌바오 에스타디오 산마메스에서 열린 UEL 결승전에서 맨유를 꺾고 우승한 뒤 시상식에서 트로피를 번쩍 들어올리고 있다. 프로 커리어 15년 만에, 토트넘 입단 10년 만에 수확한 첫 우승이다. 사진출처|토트넘 홋스퍼 페이스북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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