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야당’은 대한민국 마약 판을 설계하는 브로커 ‘야당’, 더 높은 곳에 오르려는 ‘검사’, 마약 범죄 소탕에 모든 것을 건 ‘형사’가 등장하는 범죄 액션 영화다. 영화 ‘내부자들’의 마약 버전을 떠올리게 한다.
[※ 본 기사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될 만한 줄거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야당’은 검찰에 마약 정보를 제공해 형량을 거래하거나 돈을 받는 브로커를 뜻한다. 대리기사로 일하던 중 야당으로 인해 마약범이라는 누명을 쓰고 교도소에 수감된 ‘이강수’(강하늘)는 검사 ‘구관희’(유해진)로부터 감형을 조건으로 ‘야당’을 제안받는다. 강수는 관희의 야당이 돼 마약 수사를 뒤흔들기 시작하고, 굵직한 실적을 올린 관희는 승진을 거듭한다. 한편, 수사 과정에서 강수의 야당질로 번번이 허탕을 친 마약수사대 형사 ‘오상재’(박해준)는 강수와 관희의 관계를 파고든다.
영화 ‘태양은 없다’의 조감독 출신으로 ‘나의 결혼 원정기’, ‘특수본’의 연출을 맡고 ‘부당거래’, ‘베테랑’, ‘내부자들’, ‘서울의 봄’ 등에 출연한 배우이기도 한 황병국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매일 아침 검찰 사무실로 모여드는 ‘야당 브로커’에 대한 신문 기사를 접하고 영화의 모티브를 얻었다고.
영화 ‘동주’에서 시인 윤동주를 섬세하게 그려내고, ‘청년경찰’, ‘기억의 밤’,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오징어 게임 시즌2’ 등에서 ‘믿고 보는’ 연기를 선보인 강하늘이 유쾌하면서도 선과 악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야당’ 이강수 역을 맡았다. 껄렁하면서도 선한 모습의 강수가 배신당하는 순간을 기점으로 각성해 진지한 면모까지 보여주는 캐릭터의 양면적 매력을 잘 보여준다.
‘왕의 남자’, ‘베테랑’, ‘택시운전사’, ‘파묘’ 등 천만 관객 영화 4회 차이자, 예능에서도 인기를 끈 유해진이 ‘천의 얼굴’이라는 별명에 어울리는 연기로 성공을 향해 질주하는 검사 구관희를 연기했다. ‘화차’,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 ‘독전’ 등의 강렬한 역할부터 ‘미생’, ‘부부의 세계’로 확실히 눈도장을 찍은 뒤 최근 ‘폭삭 속았수다’의 국민 아버지 캐릭터로 인기몰이 중인 박해준이 마약범들을 공포에 떨게 만드는 옥황상제, 오상재 형사 역을 맡았다.
스크린에서 마약 브로커를 주인공으로 다룬 첫 영화로, ‘내부자들’ ‘서울의 봄’,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제작사 작품이다. 언급한 전작들과 비슷해 보이는 톤앤무드가 있어 ‘내부자들 마약 버전’이라는 평도 나왔지만 편집이나 서사의 전개에 있어서 상업 영화로서의 재미는 충분히 보여준다. ‘선은 이기고 악은 망한다’는 클리셰의 구조로 극이 접어든다고 생각될 때쯤, 강수와 오 형사를 다시 각성케 만드는 사건이 발생, 살짝 루즈해진 극의 흐름에 다시 긴장감을 부여한다.
2023년 촬영을 마친 작품이라, 최근 좋은 활동을 보여주고 있는 배우들의 얼굴이 반갑다. 2024년 드라마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에서 선과 악이 공존하는 신선한 마스크로 등장한 채원빈이 마약에 손댔다가 수사 경쟁을 통해 나락으로 떨어진 배우 ‘엄수진’ 역을 맡았다. 영화 ‘항거: 유관순 이야기’,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 ‘구미호뎐 1938’에서 인상적 연기를 선보인 류경수가 극중 아무리 사고를 쳐도 탈이 없는 대통령 후보 아들 ‘조훈’ 역을 맡아 금쪽이 빌런 캐릭터를 설득력 있게 소화해냈다. 미끄러운 바닥과 펄떡이는 장어 사이에서 벌어지는 육탄전이 보는 재미를 준다. 러닝타임 122분.
[글 최재민 사진 ㈜하이브미디어코프]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78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