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 울산 부동산 시장은 오랜 기간 침체의 이미지를 벗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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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전경.(사진=HD현대중공업) |
조선과 자동차 중심의 전통 제조업 도시였던 울산은 산업의 정체와 인구 유출이 맞물리며 부동산 가격과 거래량 모두 약세를 지속해왔다.
그러나 최근 시장 지표 흐름과 대외 여건을 보면, 울산은 다시 한 번 주택 시장의 주목을 받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아파트 매매지수의 장기 흐름을 살펴보면 울산 시장이 어떤 국면에 도달해 있는지를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다.
울산 아파트 매매지수는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약세 흐름이 뚜렷했다. 당시 지수는 105포인트 수준에서 출발해 2019년 말 84포인트 선까지 하락했으며, 이는 지역 산업 구조 침체와 실수요 약화가 직접적으로 반영된 결과였다. 울산의 주력 산업인 조선과 자동차 분야는 수주 감소와 글로벌 수요 둔화로 인해 고용과 소비가 줄었고, 부동산 수요 기반도 동반 축소됐다.
이후 2020년부터는 전국적인 저금리 기조와 유동성 확대의 영향으로 반등세가 나타났다. 울산 아파트 매매지수는 2021년 중반 110포인트를 넘기며 정점을 형성했고, 이는 수도권 대비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지방 시장으로 투자 수요가 유입된 결과였다. 하지만 이러한 반등은 실물 산업 회복에 기반하지 못했고, 2022년부터는 다시 하락 전환되며 2023년 초 96포인트 수준까지 조정을 겪었다.
중요한 변화는 2023년 하반기부터 포착된다. 지수 하락이 멈추고 바닥권에서 횡보하던 흐름은 2024년부터 점차 완만한 상승세로 전환됐다. 2025년 상반기 현재, 울산 매매지수는 약 102포인트 수준으로, 기술적 반등을 넘은 실수요 기반의 회복 흐름이 본격화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러한 회복 흐름이 단순히 과거의 금융 시장 주도형 상승과 차별화되는 이유는, 앞으로의 산업 기반 변화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특히 2025년 7월 발표된 한미 무역협상과 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프로젝트는 울산의 중장기적 시장 흐름에 중요한 방향성을 제공할 수 있는 요소다.
MASGA는 한미 무역협상의 핵심으로 제시된 약 1,500억 달러 규모의 조선업 협력 패키지로, 한국 조선업체들이 미국 내 선박 건조·정비(MRO) 거점에 투자하고, 미국 조선 산업 재건에 참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재 울산 조선업계는 고부가가치 선박 수요 증가와 기자재 공급 확대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으며, MASGA가 국내 조선업에 신규 수주와 기술 확장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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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아파트 가격지수 추이(자료=도시와경제) |
자동차 산업도 마찬가지다. 울산 북구에 위치한 현대차 공장에서 생산되는 대미 수출 차종에 대해 8월 1일부터 시행 예정이었던 관세가 25%에서 15%로 인하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가격 경쟁력 회복과 수출 확대를 기대해 볼 수 있게 됐다. 이는 가동률 증가, 협력업체 고용 회복, 인근 주거 수요 확대 등으로 연결될 수 있으며, 지역 주택 시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시장 참여자들의 기대감은 소비심리지수에도 반영되고 있다. 국토연구원이 발표한 2025년 5월 기준 울산의 부동산 소비심리지수는 114.5로, 서울(116.5), 세종(115.4)에 이어 전국 3위를 기록했다. 전국 평균인 104.7을 크게 상회하는 수치이며, 그동안 조용하던 시장에서 수요자와 투자자의 시선이 다시 모이고 있음을 보여주는 선행지표다.
다만 단기적인 급등을 예상하기는 어렵다. 울산 아파트 매매지수 12개월 예측을 해보면, 2025년 하반기까지는 완만한 상승세를 유지하겠지만, 2026년 초 이후에는 정체 혹은 소폭 조정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해당 예측은 과거 데이터 기반의 확률적 결과로, MASGA와 같은 정책·외교·산업 구조 변화라는 외생 변수는 반영되어 있지 않다. 실제로 관련 정책이 공식화되고 민간투자까지 이어진다면 예측을 뛰어넘는 시장 변화가 발생할 수 있다.
지금 울산 시장은 가격은 바닥권에서 회복 중이고, 수요는 서서히 살아나며, 산업은 전환점을 앞둔 시기에 진입해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단기 수익을 추구하는 접근보다는, 중기 이상 관점에서 구조적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려는 투자자라면 고려해볼 만하다.
울산은 과거 급등도, 급락도 경험한 시장이다. 하지만 지금은 과도한 기대도, 지나친 회피도 아닌 균형 있는 판단이 요구되는 타이밍이다. 지표는 변하고 있고, 구조는 바뀌려 하고 있다. 지금은 시장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방향을 먼저 포착할 구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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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사진=도시와경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