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지난해 민간 매각을 추진하던 공공택지를 직접 시행으로 전환하면서 약 65만㎡의 택지 개발이 답보 상태에 빠졌다. 경기 하남 교산, 남양주 왕숙 등 수도권 주요 지역에 최대 2만여 가구를 공급할 수 있는 면적이다.
25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민의힘 간사인 이종욱 의원이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민간 매각이 중단된 공공용지는 17개 지구, 27필지로 집계됐다. 이 중 70%인 19개 필지(45만㎡)가 경기·인천 지역이다. 하남 교산, 수원 당수, 화성 동탄 등 수요자 선호도가 높은 지구가 대거 포함돼 있다.
LH는 보유 토지를 직접 개발과 민간 매각 물량으로 나눠 사업을 해왔다. 하지만 정부가 지난해 ‘9·7 공급대책’에서 민간 매각을 전면 중단하기로 하면서 기존 매각 대상 용지의 사업 일정이 사실상 멈췄다. ‘외부 환경 변화에 취약한 민간 대신 공공이 사업 속도를 높이겠다’는 정책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채가 170조원에 달하는 LH 역시 재무 개선 압박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지난해 10월 이한준 사장이 사임한 이후 8개월 넘게 수장 공백도 이어지고 있다.
속도 높인다더니…공공주도 공급 지지부진
LH, 재무 부담으로 사업 한계…내년 이후 민간 공모 나설 듯
정부가 지난해 ‘9·7 대책’을 통해 민간 택지 매각을 중단한 것은 공급 속도를 높이기 위해서였다. 공사비 상승과 금융 시장 불안 등 외부 요인에 취약한 민간 대신 공공이 직접 사업을 추진해 공급을 앞당기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내외부 변수로 사업 추진에 속도를 내지 못하면서 공공 주도 공급의 실효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LH는 지난해 민간 매각에서 공공 시행으로 전환한 필지의 지구계획을 변경하고 용도를 전환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르면 내년부터 차례로 민간 참여 공모를 추진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종욱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대상 공동주택용지는 총 17개 지구, 27개 필지, 약 65만㎡다. 필지 기준 남양주 왕숙 5곳, 하남 교산 2곳, 수원 당수 3곳, 안산 신실 3곳, 화성 동탄 등 경기와 인천 지역이 19곳(약 45만㎡)에 달한다. 업계는 고밀 개발할 경우 2만여 가구 공급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27개 필지 가운데 절반이 넘는 14곳이 면적의 10~30%가량을 비주거 시설로 채우는 주상복합 용지다. 직접 시행으로 전환되면서 LH가 사업 리스크를 떠안게 됐다. LH의 연결 기준 부채는 2021년 138조8884억원에서 지난해 173조6567억원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부채 비율은 230.79%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지구단위계획을 변경하더라도 토지 이용의 효율성과 적정성을 둘러싼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고 했다. 최근 경기 화성 동탄신도시의 한 민간 참여 사업에서 미분양 상가를 둘러싸고 LH와 시공사 간 갈등이 불거졌다. LH 관계자는 “지난해 매각되지 않은 용지(직접 시행)는 공급 유형, 공급 면적 등 시행 방향에 대한 개혁위원회 결정에 따라 추진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장기간 이어지는 수장 공백도 변수다. 지난해 10월 이후 8개월째 공석인 LH 사장 선임은 하반기로 미뤄졌다. 직무대행 체제가 지속되면서 조직 개편과 주요 사업 의사 결정이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가 추진 중인 LH 혁신안과 공공주택 공급 체계 개편 작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인력과 재무 건전성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LH는 토지를 민간에 매각한 대금을 활용해 주거 복지 사업을 지원하는 교차보전 구조로 운영돼 왔다. 지난해에는 통합 이후 약 16년 만에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이 의원은 “정책 기조를 유연하게 바꿔 민간과 공공이 상호 보완적으로 공급을 확대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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