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이 글로벌 배터리 업계 최초로 미국 현지에서 에너지저장장치(ESS)용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대규모 양산을 시작한다. 전기차 배터리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이 장기화되고, 주요국 관세 정책 리스크와 중국 배터리 공세가 커지는 가운데 북미 ESS 시장이 국내 배터리 3사의 돌파구로 주목받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미시간 홀랜드 공장에서 직원이 배터리 생산 공정을 점검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제공
1일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미시간 홀랜드 공장에서 ESS용 LFP 배터리의 대규모 양산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이미 테라젠, 델타 등 현지 주요 고객사에 제품 공급이 확정됐다. 글로벌 주요 배터리 업체 중 미국 내 ESS용 LFP 배터리의 대규모 양산 체제를 가동한 곳은 LG에너지솔루션이 유일하다.
LG에너지솔루션은 당초 미국 애리조나 지역에 ESS용 LFP 배터리 신규 공장을 건설해 2026년부터 양산에 돌입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전기차 배터리 캐즘과 관세 정책 리스크 등으로 대외 경영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북미 ESS 시장 진출을 앞당기기로 결정했다. 이에 그간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해 온 미시간 홀랜드 공장 내 공간을 ESS용 생산라인으로 신속하게 전환했다.
LG에너지솔루션 미시간 홀랜드 공장 전경. LG에너지솔루션 제공
전기차 시장이 정체된 상황에서 북미 ESS 시장은 국내 배터리 업계의 주요 대안이 되고 있다. 기존의 재생에너지 전력 관리에 더해 데이터센터 전력망 부하 완화 등을 위해서도 수요가 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 등에 따르면 글로벌 ESS 시장 규모는 2023년 기준 약 185기가와트시(GWh)에서 2035년 약 1232GWh까지 6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글로벌 ESS 배터리 시장은 CATL과 EVE에너지, BYD 등 중국 업체들이 80% 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對中) 관세 정책으로 북미 시장에선 상대적으로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 이미 미국 내 군 시설에선 중국 내 배터리 시스템이 금지되는 등 향후 중국 업체들의 시장 진입이 제한될 가능성도 있다.
앞서 4월 파이낸셜타임즈는 이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과 전임 조 바이든 대통령이 부과한 중국 배터리 기업 대상 총 관세율은 155.9%에 달하고, 내년에는 173.4%로 상승할 예정”이라며 “이는 미국과 유럽에서 재기를 노리는 한국 배터리 회사에 희망을 준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국내 배터리 3사는 모두 북미 ESS 배터리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성SDI와 SK온은 2026년 ESS용 LFP 배터리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삼성SDI는 올 3월 북미 최대 전력기업 넥스트에라에너지와 4374억 원 규모의 ESS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SK온도 지난해 9월 미국 IHI 테라썬과 북미 ESS 사업 협력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