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릭 페디가 10일(한국시간) 미국 워싱턴 D.C. 내셔널스 파크에서 열린 2025 메이저리그 워싱턴전에서 9이닝 완봉승을 거뒀다. /사진=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구단 공식 SNS 갈무리 |
에릭 페디가 10일(한국시간) 미국 워싱턴 D.C. 내셔널스 파크에서 열린 2025 메이저리그 워싱턴전에서 9이닝 완봉승을 거두고 축하받고 있다. /사진=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구단 공식 SNS 갈무리 |
2023 KBO 리그 MVP 에릭 페디(32·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역수출 신화는 현재진행형이다. 2017년 빅리그 데뷔 후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첫 완투를 8년이 흘러 9이닝 완봉승으로 해냈다.
페디는 10일(한국시간) 미국 워싱턴 D.C. 내셔널스 파크에서 열린 2025 미국 메이저리그 야구(MLB) 정규시즌 방문경기에서 친정팀 워싱턴 내셔널스를 상대로 9이닝 6피안타 무사사구 8탈삼진 무실점으로 세인트루이스의 10-0 완승을 이끌었다.
이렇다 할 위기조차 없는 압도적인 피칭이었다. 페디는 싱커 46구, 스위퍼 26구, 커터 23구, 체인지업 14구 등 총 109개의 공을 던지며 10번의 헛스윙을 끌어냈다. 가장 많은 헛스윙을 끌어낸 건 단연 주 무기인 스위퍼로, 우타자들도 속수무책이었다.
페디는 1회 첫 타자 C.J.에이브람스에게 우익수 방면 2루타를 맞았다. 하지만 제임스 우드를 땅볼로 잡아낸 걸 시작으로 8타자 연속 범타 행진을 이어갔다. 3회말 2사에서 에이브람스에게 또 한 번 안타를 맞았으나, 우드를 몸쪽 높은 고속 싱커로 루킹 삼진 처리하며 이닝을 끝냈다.
이날 페디가 고전한 건 에이브람스 뿐이었다. 6회말 선두타자로 나선 에이브람스는 3구째 바깥쪽 낮게 떨어지는 체인지업마저 건드려 안타를 만들면서 고개를 가로젓게 했다. 페디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우드를 좌익수 직선타, 나다니엘 로우에게 병살타를 끌어내며 이닝을 마쳤다.
에릭 페디. /AFPBBNews=뉴스1 |
에릭 페디(맨 오른쪽)가 10일(한국시간) 미국 워싱턴 D.C. 내셔널스 파크에서 열린 2025 메이저리그 워싱턴전에서 9이닝 완봉승을 거두고 동료들과 포옹하고 있다. /사진=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구단 공식 SNS 갈무리 |
호수비도 페디의 완봉승을 도왔다. 8회말 선두타자 제이콥 영의 3-유 간으로 가는 시속 101.1마일 날카로운 타구를 3루수 놀란 아레나도가 다이빙 캐치를 해 평범한 3루 땅볼로 만들었다. 든든한 수비에 힘을 얻은 페디는 딜런 크루를 유격수 땅볼, 에이브람스를 마침내 파울팁 삼진으로 잡아내면서 8회를 끝냈다.
9회에도 선두타자 우드에게 우전 안타를 맞았으나, 로우의 타구를 2루수 브렌던 도노반과 유격수 메이슨 윈이 병살을 합작했다. 마지막 타자 키버트 루이즈는 유격수 뜬공으로 물러나면서 페디의 커리어 첫 완봉승이 완성됐다.
타선의 도움도 컸다. 1회부터 라스 누트바르과 윈의 볼넷, 아레나도의 안타로 만들어진 1사 만루 찬스에서 윌슨 콘트레라스가 좌익수 방면 2타점 적시타로 페디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3회와 4회 희생플라이로 각각 1타점을 추가한 세인트루이스는 5회 무사 1, 2루에서 이반 에레라의 2타점 적시타와 조던 워커의 우익수 희생플라이 1타점으로 6-0을 만들었다. 8회초에는 3연속 사사구로 생성된 1사 만루 찬스에서 윈이 우전 1타점 적시타, 상대 폭투, 밀어내기 볼넷에 힘입어 9-0이 됐고, 9회 한 점을 더 추가하면서 두 자릿수 승리가 만들어졌다.
이로써 세인트루이스는 6연승을 질주, 내셔널리그 중부지구 1위 시카고 컵스와 2.5경기 차 2위를 유지했다.
NC 시절 에릭 페디. /사진=NC 다이노스 제공 |
페디에게는 빅리그 커리어 첫 완봉승이다. 2014년 메이저리그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18순위로 워싱턴에 지명됐던 그는 2017년 빅리그 데뷔 후 2022년까지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하는 데 그쳤다.
그러나 2023년 한국 KBO리그의 NC 다이노스로 향하면서 커리어의 변곡점을 맞았다. 주 무기 스위퍼를 한층 더 발전시켜 KBO 리그 30경기 20승 6패 평균자책점 2.00, 180⅓이닝 209탈삼진을 기록, KBO MVP에 올랐다. 1986년 선동열(해태 타이거즈) 이후 37년 만, 외국인 선수로는 최초로 20승 200탈삼진을 달성했다. 그와 함께 다승, 평균자책점, 탈삼진 부문을 석권해 트리플 크라운도 해냈다.
그 활약을 바탕으로 2023시즌 종료 후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2년 총액 1500만 달러 계약을 체결해 금의환향했다. 복귀 첫해 시즌 중반 세인트루이스로 트레이드되면서도 31경기 9승 9패 평균자책점 3.30을 기록했고, 올해도 8경기 3승 3패 평균자책점 3.86으로 승승장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