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8일 삼성전자 잠정실적 발표를 기점으로 2분기 실적시즌이 시작된다. 실적시즌을 앞두고 증권가에선 실적 추정치 수정이 한창이다. 특히 증시가 단기간 급등한 뒤 상승세가 둔화된 상태에서 맞게 되는 이번 실적시즌에는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 변화에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4일 코스피는 3054.28에 거래를 마쳤다. 새 정부 출범 이후 파죽지세로 올라 지난달 25일 종가 기준으로 3100선을 돌파했지만, 이후엔 더 힘을 받지 못하고 횡보하는 모습이다.
신현용 유안타증권 연구원도 “과열로 인한 단기적 상승세 둔화 국면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며 “이런 국면에서는 단기 이익 기대감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팩터(포트폴리오 선정 조건)가 코스피 대비 높은 성과를 기록해왔다”고 말했다.
실적시즌을 앞둔 시기의 컨센서스 변화는 발표될 실적이 예상을 웃돌지 밑돌지를 가늠할 지표이기도 하다. 김민규 KB증권 연구원은 “실적시즌을 앞두고 전망치가 올라간 종목과 내려간 종목을 추적해보면 컨센서스가 올라간 종목의 대부분이 ‘어닝 서프라이즈’(기대 이상 실적)를, 내려간 종목의 다수가 ‘어닝 쇼크’(기대 이하 실적)를 각각 기록했다”고 전했다.
컨센서스가 증권사 리서치센터가 제시한 추정치들의 평균이라는 특성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모든 애널리스트는 동시에 추정치를 수정하지 않는다. 기존 추정보다 실적을 개선시킬 요인이 드러나더라도 순차적으로 컨센서스가 상향된다. 실적이 발표될 때까지 추정치를 수정하지 않는 애널리스트도 있다. 이 애널리스트들의 추정치가 평균(컨센서스)을 낮은 수준에 묶어 둔다. 컨센서스 상향 추세를 나타낸 종목의 실적이 컨센서스를 웃도는 이유다.
한경닷컴은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 데이터가이드 서비스를 활용해 증권사 세 곳 이상의 추정치로 형성된 2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가 6월 들어선 후 5% 이상 상향 조정된 15개 종목을 추렸다. 영업손실이 예상된 종목과 금융사·지주사는 제외했다.
영업이익 추정치가 가장 큰 비율로 상향된 종목은 통신장비업체인 RFHIC다. KB증권이 58억원의 추정치를 새롭게 제시하면서 컨센서스가 기존 29억원에서 39억원으로 34.48%나 높아졌다. 이 증권사의 이창민 연구원은 “국내 방산과 해외 방산 분야에서의 실적이 큰 폭으로 개선될 것”이라며 “방산업황이 호조를 보이는 만큼 레이더와 유도미사일 등에 채용되는 RFHIC의 전력증폭기 판매 실적은 향후 수주 흐름에 따라 추가적인 개선 가능성이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반도체 장비업체인 이오테크닉스는 3개월 안에 제시된 추정치가 6월 초에는 1개에 불과했지만, 현재 5개로 늘었다. 애널리스트들의 관심이 높아졌다는 뜻이다. 2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118억원에서 146억원으로 23.73% 높아졌다.
대형주 중에서는 HMM의 실적 전망 상향이 눈길을 끈다. 한 달 사이 3059억원에서 3712억원으로 21.35% 상향됐다. 신영증권이 8580억원의 추정치를 제시하며 컨센서스 상향을 이끌었다. 엄경아 신영증권 연구원은 “미국이 5월 중순 이후 중국을 대상으로 관세 적용 유예기간을 갖겠다고 발표한 이후 컨테이너 해상운임에 반전이 오기 시작했고 무역에 활기가 도는 중”이라며 “이전 대비 컨테이너 해운업 종사자 수가 감소함에 따라 운임 인상 시도가 실제 인상으로 이어지는 경우의 수도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이외 에너지 인프라 관련 종목 중에서 한전KPS(이하 2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 상향비율 8.59%)와 비에이치아이(7.76%), 일진전기(6.16%)가 어닝 서프라이즈 후보군으로 꼽혔다.
바이오주 중에서는 유한양행(8.89%)과 파마리서치(5.3%)가, 게임주 중에서는 네오위즈(15.02%)와 데브시스터즈(7.5%)가 포함됐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