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인데 많이 올랐어도 믿어야”…‘이 업종’ 여전히 사랑받는 이유는

6 hours ago 3

삼천피 시대 주도주 부상
K원전 5대 종목 완벽 분석

두산에너빌리티, 한국형 SMR 기술 보유
영업익 1조클럽 ‘탄탄’ PER100배는 우려
한국전력, 체코 원전 수주에 아직 저평가
한전기술, 설계 강점 내년 매출 급증 기대
한전KPS, 배당수익률 4%로 장기보유 적합
현대건설, 한국형 원전 시공 주관, 해체시장 노크

사진설명

“지금 배터리 주식을 팔고 원자력(원전) 주식을 사고 싶으시다고요? 지금 손실이 어느 정도입니까.” 지난 1일 A증권사 서울 여의도지점에 모처럼 고객 문의 전화가 빗발쳤다. 유가증권시장(코스피) 3000 시대에 걸맞은 증권사 풍경이었다. 휴대폰으로 고객 상담을 하는 직원도 여럿 눈에 띄었다. 그러나 좀처럼 돈을 벌었다는 고객의 무용담은 없었다고 한다.

상담을 마친 이 증권사 차장은 “(고객이) 올인했던 배터리주 수익률이 -70%인데 이걸 매도하고 두산에너빌리티 같은 원전주를 사고 싶다고 한다”면서 “적절한 답을 하지 못해 나중에 전화드린다고 말씀드렸다”고 말하며 쓴웃음을 지었다. 코스피 3000 시대이지만 분산 투자나 적절한 현금 비중 보유 원칙은 여전히 멀다. 지수만 오르고 상당수 투자자들이 손실권이라는 것이다.

인공지능(AI)이 대세로 떠오른 가운데 이재명 정부 출범으로 원전 관련주로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을 통해 손실을 만회하려는 투자자가 늘어나고 있다. 새 정부는 원전과 같은 고효율 에너지를 기본으로 AI를 키우자는 입장이다. AI는 워낙 전력을 많이 잡아먹어 원전과 같은 압도적 에너지가 필요하다. 한 애널리스트는 “원전이나 배터리나 모두 정치적 변수가 크지만 원전은 AI 시대에 대체재가 없어 외부 변수 영향이 덜할 것”이라고 전했다.

두산에너빌리티와 현대건설은 올해 들어 상반기 중에만 주가가 3배 이상 급등했다. 한국전력 역시 2배가량 올랐다. 코스피 수익률이 20%대인 것을 감안하면 이들 원전주의 기세가 무섭다. 물론 최근에는 돈이 필요한 이들이 수익을 내고 팔면서 주가가 급락하기도 했다. 한편에선 이번 하락을 두고 원전주 매수 기회라는 시각도 있다.

일찌감치 월스트리트와 여의도 증권가에선 포트폴리오 중 원전주 비중을 높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서학개미의 포트폴리오 중에는 보관 금액 기준으로 뉴스케일파워, 최근 1개월 순매수로는 콘스텔레이션에너지와 카메코 같은 원전주를 담고 있다.

그러나 뉴스케일파워는 적자 기업으로 주가수익비율(PER)이 측정되지 않는다. 콘스텔레이션에너지는 미국 역사상 최악의 원전 사고를 낸 ‘주홍글씨’가 새겨져 있어 불확실성이 크다. 이들 글로벌 원전주와 달리 K원전사는 낮은 단가, 공사기간 및 예산 준수와 함께 안정성 면에서 탁월하다는 평가다. 투자 측면에서도 K원전주를 섞어서 투자하는 것이 투자 위험을 낮추는 길이라는 것이다.

한전 이익 66% 급증하는데 PER은 고작 3배

블룸버그과 원전업계에 따르면 2024년 매출 기준으로 3대 원전회사는 프랑스전력공사(EDF), 일본 히타치, 국내의 한국전력이다. EDF는 국유화를 위해 상장폐지됐으므로 한국전력이 상장사 덩치로는 ‘넘버2’다. 원전 운영 숫자 기준으로는 24기를 운영해 EDF(57기)와 중국 CGN(50기)에 이은 세계 3위다.

월가 관계자는 “원전을 짓고 싶으면 한국을 찾고 그중 한국전력에 주목하라”고 말할 정도다. 향후 글로벌 원전 시장의 43%를 K원전이 차지할 것이라고 예측하는 보고서가 나오기도 했다. 이에 따라 2016년 4월 고점 형성 이후 10년간 주가 하락기를 겪었던 한국전력이 깨어나고 있다.

한전과 한국수력원자력은 해외 원전 수출에서 설계·조달·시공(EPC)은 물론 운영까지 모두 도맡아 한다. 한전은 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에서, 한수원은 체코 사업을 계약하며 유럽 시장을 뚫었다.

특히 한수원은 세계 최강자 EDF를 제치고 25조원짜리 체코 원전 건설 계약을 따냈다. 한수원이 유럽 회사가 아니라는 이유로 유럽연합(EU)의 견제가 남아 있으나 원전 건설 실력만큼은 확실히 인정받았다는 평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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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과 한수원은 해외 수출 주도권을 두고 갈등을 빚기도 했으나 투자자 입장에선 걱정할 일이 아니다. 한수원이 한전의 100% 자회사라 둘 중 누가 수주를 따내든지 한전 실적에 모두 반영된다. 염승환 LS증권 이사는 “친원전으로 완전히 변한 유럽,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원전 사랑은 모두 한국전력의 해외 실적과 주가에 호재로 반영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규모 수주가 수년 후에 반영되는 원전 사업 속성상 한전의 실적은 아직까지 미진하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예상 매출은 96조6726억원이다. 이는 2024년 대비 3.5% 증가한 수치다. 그러나 2026년부터 탄력이 붙으며 2027년에는 매출이 사상 처음 100조원을 돌파할 것이란 예상이다.

올해 영업이익은 작년보다 65.6% 급증한 13조8538억원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변수는 있다. 한전의 단기 실적은 아직까지 국내 전기요금 인상 여부와 직결된다. 물가 상승 우려로 인한 전기료 동결 유지는 단기적 주가의 악재로 지속돼 주가 변동성을 키운다.

장기 투자자 입장에선 한전이 저평가됐다는 점에 주목한다. 최근 주가 상승에도 향후 12개월 순익 기준 PER이 3배에 불과해 글로벌 원전주 중에서 가장 저평가돼 있다.

10년 전만 해도 증권가에선 ‘한전 삼총사’ 이름이 자주 오르내렸다. 한전과 한전기술, 한전KPS를 말한다. 한전기술은 올 상반기에만 주가가 거의 두 배 올랐다. 이 상장사는 원전 설계와 엔지니어링를 맡는다. 이번에 한전이 따낸 체코 원전(두코바니 5·6호기) 설계용역사업 매출 반영이 내년부터 이뤄질 전망이다. 작년 대비 올해 매출증가율은 -2.3%지만 그다음 해 증가율은 11.2%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K원전주 중에서 유일한 배당주로 주목받고 있는 곳은 한전KPS다. 올해 주가 반등에도 배당수익률이 4%대로 은행 예금 이자율보다 높다. 한전은 원전의 유지와 보수를 담당한다. 그래서 향후 2~3년 예상 실적을 살펴봐도 드라마틱한 변화는 없다. 그래도 해외 수출 물고가 트이면서 꾸준한 배당이 기대된다.

1조클럽 두산에너빌리티 PER 100배 고점 부담

한국전력이 전통(레거시)의 원전사라면, 두산에너빌리티는 기존 원전에 소형모듈원자로(SMR) 호재까지 ‘더블 수혜’를 받는 상장사다. SMR은 1986년 체르노빌,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등에 대한 대안으로 나온 형태다.

기존 원전보다 작은 용지에 건설해 비용 절감이 가능하고 기존 전력 송배전망을 활용할 수 있다. 특히 복잡한 설계를 단순화해 고장 날 일이 적다는 분석이다. 두산에너빌리티가 개발 중인 한국형 SMR은 각종 안전설비로 대형 사고 확률을 더 크게 낮춰 각광받고 있다.

그러나 SMR이 ‘실험실 속의 연구과제’라며 지나친 기대감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있다. 대부분의 SMR 회사가 적자를 내고 있는 것이 그 증거다. 서학개미 선호주 중 뉴스케일파워가 대표적이다. 미래 청사진만 잔뜩 있지 매출도 미미하고 아직까지 돈을 벌지 못한다.

이와 달리 두산에너빌리티는 전 세계에 먹거리를 잔뜩 남겨놨다. 국내 신한울 3·4호기는 물론 체코 원전, 폴란드 신규 원전, 루마니아 체르나보다 UAE 바라카 등을 미래 실적으로 반영할 수 있다. 특히 UAE의 경우 원전 관련 모든 기기를 제작하기로 계약해 중동 지역에서 패권을 장악했다는 평가다.

증권가 관계자는 “이재명 대통령이 완전히 ‘친원전’은 아니지만 기존 진행 중인 원전(신한울 3·4호기)이나 해외 수주에 대해선 막지 않겠다고 선언해 두산에너빌리티 호재로 작용 중”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두산에너빌리티는 영업이익 기준 ‘1조클럽’이 유지될 전망이다. 이익은 작년보다 6.7% 증가한 1조860억원으로 추정된다. 특히 주요 실적이 반영되는 2026년 추정 이익은 1조4000억원이 넘으면서 전년 대비 30.5%나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또 이 상장사 김정관 사장이 최근 신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로 올라 주가 상승세에 불을 지폈다. 다만 이 같은 실적 이외의 변수는 주가 단기 변동 요인으로 감안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PER이 100배 수준이어서 ‘롤러코스터 주가’는 감수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레거시 건설사인 현대건설도 원전에 발을 담그고 있다. 미국 정부가 2050년까지 원자력 발전 용량을 4배로 늘리고 2030년까지 신규 원전 10기를 짓겠다고 하자 발 빠르게 미국 내 회사들과 손을 잡고 있다.

현대건설은 국내외 한국형 대형 원전 36기 중 24기의 시공 주관사로 참여하는 등 원전 건설 경험(레코드)이 풍부하다. 여기에 향후 500조원으로 추정되는 원전 해체 시장에도 노크 중이다.

일단 관련 레코드가 많아 원전 관련주로 외국인 수급(매수)을 기대할 수 있다. 2019~2021년 고리1호기 해체 때 안전성 평가를 수행했다. 2022년에는 미국 홀텍의 인디언포인트 원전 해체 프로젝트에 국내 기업 최초로 참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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