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모든 유머가 리더십에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 회의 중 터진 웃음이 진심이 아닌 ‘억지웃음’이라면, 즉 직원들이 상사의 눈치를 보며 반응을 연출해야 한다면 그 유머는 더 이상 긍정적이지 않다. 오히려 감정적 피로와 스트레스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최근 해외 저널에 게재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특정 맥락에서 상사의 유머는 단순히 외면받는 데 그치지 않고 직원에게 심리적 부담을 유발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 특히 위계적인 조직문화를 받아들이는 성향이 강한 직원일수록 상사의 유머를 더 불편하게 느끼고 감정적 소진을 경험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과 영국의 공동연구팀은 두 가지 연구를 통해 이를 증명했다. 중국 남부 지역에서 진행된 첫 번째 연구는 관리자와 직원 88쌍을 대상으로 했다. 한 그룹의 리더들에게는 일주일간 팀과의 상호작용에서 유머를 의도적으로 많이 사용할 것을 지시했고, 다른 그룹에는 단순히 관계 개선에 집중하라고 안내했다. 실험 결과에 따르면 유머를 많이 사용한 리더와 함께 일한 직원들은 ‘표면적 감정노동’이 늘었다고 응답했다. 이들은 웃고 싶지 않은 상황에서도 웃는 척해야 한다는 압박을 경험했으며, 이는 곧 감정 소진과 직무 만족도 저하로 이어졌다. 특히 위계와 권력을 존중하고 상하관계를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성향이 강한 직원일수록 이런 부작용이 더 뚜렷했다.
두 번째 연구는 미국의 한 경영대 실험실에서 212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참가자들이 서점 직원으로 구성된 그룹에 참여하는 설정이었는데, 실은 연기자가 관리자 역할을 맡아 유머의 사용 여부와 리더의 태도를 조작하는 실험이었다. 유머가 많은 ‘고(高)유머’ 조건에서는 리더 역할을 맡은 연기자가 언어유희 등 가볍고 긍정적인 유머를 여러 차례 사용했다. 반면 ‘저(低)유머’ 조건에서는 유머를 일절 배제하고 업무 중심의 대화만 진행했다. 또 일부 그룹은 정장 차림에 격식을 갖춘 말투로 진행했고, 다른 그룹은 캐주얼 복장과 수평적 언어를 사용했다.결과는 흥미로웠다. 유머가 많을수록 참가자들은 웃어야 한다는 압박을 더 강하게 느꼈고, 이는 감정적 피로와 직무 만족도 저하로 이어졌다. 특히 리더가 격식 있는 복장과 말투를 사용할 경우 그 부작용은 더욱 강하게 나타났다. 참가자들은 “예의상 웃었다”거나 “분위기상 반응해야 했다”고 응답했다. 반면 캐주얼한 태도와 수평적 분위기 속에서의 유머는 전혀 다른 반응을 이끌어 냈다. 참가자들은 “가볍고 무해한 유머였으며 억지로 웃는 느낌은 거의 없었다”고 답했다.
이 두 실험은 유머라는 도구가 ‘어떤 리더가’, ‘어떤 분위기에서’, 또 ‘어떤 관계 속에서’ 사용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가 전혀 달라질 수 있음을 분명히 보여준다. 유머 그 자체보다 맥락이 중요하다. 리더가 강한 권위를 내세우는 분위기에서 유머를 남용하면 구성원은 진심으로 웃기보다는 상황에 맞춰 반응을 ‘연기’하게 된다. 그리고 이런 감정 연기가 반복될수록 심리적 피로로 이어지고 결국 직무 몰입과 만족도를 낮춘다.
이번 연구는 ‘유머는 언제나 리더십에 도움이 된다’는 기존 통념에 일침을 가한다. 물론 유머는 강력한 커뮤니케이션 도구다. 적절하게 사용될 경우 팀의 사기를 높이고 긴장을 완화시키며 심리적 유대를 강화한다. 하지만 리더의 유머가 의무적으로 느껴지거나 반복되면 구성원에게는 오히려 ‘압박’으로 다가올 수 있다. 구성원들은 ‘웃고 싶어서’가 아니라 ‘웃지 않으면 어색해질 것 같아서’ 웃게 되고 이 과정에서 정서적 소모가 발생한다. 특히 위계 구조가 뚜렷한 조직문화, 상사와 부하 간 권력의 거리가 먼 조직일수록 이 문제가 심화될 수 있다. 리더가 유머를 ‘분위기 전환용’으로 사용할 때 구성원은 리더의 눈치를 보게 되고, 그 상황이 반복되면 조직 내 심리적 안전감은 떨어진다. 즉, 유머는 수평적 신뢰 관계가 뒷받침될 때 비로소 효과를 발휘한다.※ 이 글은 HBR(하버드비즈니스리뷰) 한국어판 디지털 아티클 ‘상사의 유머가 직원의 노동이 될 때’를 요약한 것입니다.
그레이스 시몬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경영학 연구자
정리=장재웅 기자 jwoong0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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