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톡]'죽음의 계곡' 직면한 의료 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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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톡]'죽음의 계곡' 직면한 의료 AI

이제 병원이 인공지능(AI) 솔루션을 사용하는 게 낯설지 않다. AI는 환자의 엑스레이나 자기공명영상(MRI)을 분석해 의사의 판독을 돕는다. 입원한 환자 몸에 웨어러블 기기를 부탁해 상태를 24시간 살피기도 한다.

AI는 전공의 파업 사태로 인한 병원의 인력 부족 문제를 일부 완화하고 나아가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는 의사의 업무 일부를 보조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지역과 수도권 의료기관 간 격차를 줄이는 역할도 기대된다.

하지만 의료 AI 공급 기업은 아직 안정권에 진입하지 못한 모양새다. 상당수 기업이 매년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매출이 성장해도 늘어난 연구개발비나 인건비, 해외 진출 비용을 감당하기 빠듯하다. 진료현장의 관심이 기업 실적으로 바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우리나라 특유의 건강보험 수가 구조 때문이다. 건강보험 수가를 적용받지 못하면 병원이 의료 AI 비용을 떠안아야 한다. AI를 도입해 의료진 업무 부담이 줄더라도 당장 병원의 수익 증가로 이어지지 않아 도입이 더딘 측면도 있다. 의료 AI를 적용한다고 해서 의료진을 줄일 수도 없다. 개발사는 임상시험과 인허가에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투입하고도 다시 수가 적용 여부를 놓고 생존 게임을 해야 한다.

모든 책임을 제도 탓으로 돌릴 수는 없다. 의료 AI 기업은 도입 효과를 증명하는 데 더 힘을 쏟아야 한다. 유사 제품을 내놓고 투자금이나 정부 지원에 기대서는 안 된다. 병원이 직면한 문제를 풀 수 있는 AI를 정교하게 설계하고 효과를 입증해야 한다.

정부도 임시 진입 창구를 넓힌 것을 넘어 기술이 정식 수가와 안정적인 매출로 이어질 수 있도록 대책을 모색해야 한다. 임상 가치뿐만 아니라 의료진의 업무 경감이나 병원 운영 효율화까지 평가할 수 있는 보상 기준 등 다양한 가치를 살펴야 한다.

의료 AI 산업이 건강하게 성장하려면 좋은 기술이 시장에서 사용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의료기관의 AI 수요가 지속되는데 기업이 버티지 못하는 구조가 계속되어서는 안 된다. 국내 의료 혁신 생태계가 지속할 수 있어야 한다.

배옥진 기자 witho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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