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중앙정보국(CIA) 고위 당국자의 4000만달러 규모 금괴 절도 의혹이 초비밀 정보작전 노출 우려로 번지고 있다. 절도 사건 수사가 합법적으로 운영된 고도 기밀 프로그램의 세부 내용을 드러낼 수 있다는 점에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는 평가다.
6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CIA 전직 요원들은 이른바 '데이비드 러시' 사건이 미국의 적성국을 겨냥한 정당한 기밀 작전을 훼손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러시는 지난 5월 공금 절도 혐의로 체포된 CIA 과학기술부문 고위 감독관이다. 이 부문은 요원들이 대화 감청, 비밀 사진 확보, 은밀한 통신에 쓰는 첩보 도구를 설계한다.
러시는 수년 전 의회 승인을 받은 고도 기밀 정보 프로그램을 운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프로그램은 미국의 적성국에 관한 핵심 정보를 얻기 위해 대규모 현금을 사용하는 내용이었다. 러시는 CIA 내부에서 육군 장성에 해당하는 직급을 갖고 있었다. 사건은 CIA 업무 방식 전반에 관심을 집중시켰고, 전직 CIA 관계자들은 그가 운영한 합법적 비밀작전의 세부 사항이 결국 드러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러시는 동료 두 명에게 해당 프로그램에 대한 '가짜 브리핑'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이 프로그램이 국방부와 공동 운영된다고 주장했고, 이 중 한 명에게 계약을 통해 수천만달러 규모 자금이 필요하다고 설득했다. 이후 이 돈은 금괴를 제공한 군 계약업체로 이전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관들은 이 가짜 프로그램으로 확보된 금괴가 더 이상 안전 보관 상태에 있지 않다는 점도 파악했다.
지난 5월 FBI가 러시의 버지니아 자택을 수색했을 때 600파운드가 넘는 금괴와 200만달러 이상 현금, 수십 개의 롤렉스 등 고급 시계가 발견됐다. 특수접근 프로그램인 이른바 ‘블랙 프로그램’의 엄격한 보안 절차가 오히려 사기를 가능하게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해당 프로그램에 참여한 두 사람은 다른 직원이나 상급자와 이 내용을 논의할 수 없었다. 이 때문에 러시는 무게 2파운드짜리 금괴 300개 이상을 집으로 옮길 때까지 발각되지 않았다.
연방 수사관들은 러시가 쉽게 확인할 수 있는 거짓말로 미국 최고 정보기관을 수십 년간 속인 것으로 보고 있다. CIA는 러시가 학력에 대해 서로 다른 설명을 했다는 점을 놓쳤다. FBI 진술서에 따르면 그는 일부 서류에서는 석사 학위가 컴퓨터공학이라고 했고, 다른 경우에는 전기공학 과정을 마쳤다고 주장했다. FBI 요원이 해군과 연방항공청에 확인한 결과, 러시는 CIA에 주장한 것처럼 엘리트 군 시험조종사가 아니었고 조종 자격도 없었다. 그가 다녔다고 밝힌 대학과 대학원도 그를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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