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딜로이트·지평·유니코써치 'AI와 이사 충실의무' 세미나
AI 답변 그대로 활용하기보다
사람이 검증한 흔적 남겨야
경영판단 위임땐 문제 소지도
AI 감독 체계 없는 기업 79%
거버넌스 만들어 법적대응해야
"회사에서 이사회 이사들에게 제공하는 자료 중 영업기밀도 있을 텐데 이사가 그걸 생성형 인공지능(AI)에 넣어서 분석하면 안 되나요? 어떻게 하면 안전하게 조치가 될까요?"
19일 매일경제신문, 한국 딜로이트그룹, 법무법인 지평, 유니코써치가 공동으로 서울 여의도 국제금융센터 Two IFC 더 포럼에서 '이사회의 책임과 전략: 변화하는 경영 환경의 대응' 세미나를 개최했다.
행사에서 참석자들은 AI 사용이 일반화되고 상법이 개정돼 이사의 책임이 커진 상황에서 이사들이 AI를 활용하면서도 경영판단의 원칙 등 면책 조항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어떤 절차를 거쳐야 하는지 궁금해했다.
최정규 변호사(법무법인 지평IP·IT그룹장)는 'AI와 이사의 충실의무'를 주제로 AI 도입, 활용 및 감독 과정에서 이사의 법적 책임 판단 기준과 충실의무 이행을 위한 실무상 대응 방향을 설명했다.
먼저 최 변호사는 회사 원본 자료를 생성형 AI에 '통째로' 입력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칫 영업 기밀이 유출될 수 있고, 미국에서는 자발적으로 기밀 자료를 생성형 AI에 입력한 것만으로도 영업 기밀성을 포기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판례도 있어서다.
그는 "생성형 AI를 활용하더라도 익명화 등을 거쳐 부분적으로 쓰는 것이 바람직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AI가 내놓은 답변을 그대로 활용하지 말고 직접 '검증'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AI를 이사회 업무에 사용하는 경우가 크게 늘어나고 있는데 이때 AI가 내놓은 정보와 결론을 얼마나 합리적으로 검증하며 쓰느냐가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최 변호사는 "의외로 생성형 AI에만 의존해 의사결정을 하는 이사회 구성원이 많은데 이 같은 경우 문제 소지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사들이 AI 활용 절차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이른바 '경영판단의 원칙'과 맞닿아 있다. 경영판단의 원칙은 이사가 충분한 정보를 바탕으로 합리적 절차를 거쳐 회사의 이익을 위해 판단했다면,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책임을 제한적으로만 인정하는 법리다. 따라서 AI를 활용한 의사결정에서도 단순히 AI 답변을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이를 여러 정보원 중 하나로 삼아 사람이 대조·검증했다는 점을 남기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기업들이 AI를 많이 활용하는 데 비해 AI를 관리하는 시스템은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한석 한국 딜로이트그룹 기업지배기구발전센터 센터장은 "AI는 이미 이사회 업무에 깊숙이 파고들었으며 이제는 어떻게 AI를 감독할 것인가가 문제"라고 말했다.
문제는 감독 체계가 없는 기업이 많다는 점이다. 김 센터장에 따르면 에이전틱 AI를 2년 내 보통 수준 이상으로 활용하겠다는 곳은 74%인 반면 성숙한 거버넌스 체계를 보유한 곳은 21%에 그쳐 거버넌스 공백이 심각한 상황이다.
질의응답 때는 '여러 생성형 AI를 사용해 서로를 교차 검증시키면 대조검증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가'란 질문이 나왔다. 최 변호사는 "AI를 활용해 업무를 처리했다면 어떻게 사람들이 개입해 검증했는지 의사록에 반드시 남겨야 한다"고 말했다.
김 센터장도 "이사의 직무는 일신전속적이므로 판단 자체를 AI에 위임하면 안 된다"며 "검토 기록이 의사록에 없으면 AI 산출물을 보조적으로 활용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AI에 판단을 '위임'해버렸다는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승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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