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배전반, 변압기 등 전력설비 전문기업 근우의 매출은 2023년 1414억원에서 지난해 2217억원으로 약 60% 뛰어올랐다. 올해도 2600억원을 예상하고 있다. 극심한 불황으로 수렁에 빠진 국내 제조업 환경에서 이례적인 성장세다.
도약의 원동력은 인공지능(AI)이다. AI에 필요한 데이터센터가 국내에 잇달아 건립되면서 근우를 찾는 수요가 늘고 있어서다.
김재진 근우 대표(사진)는 “한국은 정보기술(IT) 인프라가 잘 갖춰진 데다 전기요금도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어서 데이터센터의 최적 입지로 떠오르고 있다”며 “외국계 기업이 원하는 국제 규격 전력 설비 기준을 충족할 수 있는 곳은 대기업을 제외하곤 근우가 유일하다”고 강조했다.
1992년 설립된 근우는 발전소나 변전소에서 오는 전기를 공급받는 수전반, 공급된 전기를 기계나 설비에 분배하는 배전반 제작이 주력 사업이다. 전력을 여러 회로로 나누는 분전반도 제작한다. 근우가 자체 개발해 특허를 보유한 ‘안전교체 분전반(SRDP)’은 이상이 발생할 때 메인 차단기를 내리지 않고 분기 회로만 차단해 필요한 부분만 교체 수리하는 작업을 할 수 있도록 고안된 장치다. 고무 재질 피복을 입힌 전선 케이블을 금속으로 대체한 부스덕트도 공급한다.
근우는 이 제품들을 데이터센터, 병원, 아파트, 오피스빌딩 등 용도와 규모에 따라 맞춤형으로 제작하고 설치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제품 설계부터 조립, 제작, 사후관리까지 모두 가능하다.
지난달 29일엔 충북 음성에 연면적 1만3494㎡의 국제 규격을 갖춘 스마트 공장을 완공했다. 데이터센터 등 늘어나는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투자다. 김 대표는 “프랑스 전력설비 기업 슈나이더일렉트릭에서 기술을 이전받아 수배전반에 쓰이는 ‘블록셋 패널’ 제조에도 나설 것”이라며 “음성 공장을 가동해 제2 도약에 나서겠다”고 했다.
이정선 중기선임기자 leew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