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나경 기자] NH농협은행 대표 플랫폼 올원뱅크에 반려견 사진을 찍어 올리면 질병 여부 등 건강 상태를 진단받을 수 있다. 농협은행 오픈비즈니스허브에서 선정된 인공지능(AI) 기술업체 ‘AI포팻’이 개발한 건강체크 기능을 통해서다. 주요 손해보험사와 제휴를 통해 펫보험 상품도 찾아볼 수 있다. 광양·서남해농협은 육류를 부드럽게 만드는 기술을 가진 푸드테크 기업 ‘딥플랜트’와 협업해 고령친화 한우 불고기·제육볶음을 개발해 상품화했다. 농협은행 올원뱅크 공동구매로 신상품을 판매해 마케팅 또한 성공적이었다.
서울 서초구 양재동 NH디지털혁신캠퍼스 5층, 550평 공유 오피스엔 범 농협 계열사와 이처럼 다양한 협업을 진행 중인 스타트업이 둥지를 틀고 있다. 현재 입주해 있는 기업은 15곳. 여태껏 NH오픈비즈니스허브를 거쳐 간 동문 기업만 236곳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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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나경 기자]서울 서초구 양재동 NH디지털혁신캠퍼스 5층 ‘NH오픈비즈니스허브’는 스타트업에 7인실, 34인실 등 규모별 사무공간과 아침식사를 무료로 제공한다. 20일 NH오픈비즈니스허브에서 스타트업 직원이 업무를 보고 있다. |
21일 방문한 NH오픈비즈니스허브에서는 청바지에 후드집업을 입은 스타트업 임직원이 각자의 사무실에서 업무를 보고 있었다. 무료로 제공되는 조식으로 뒤늦게 아침 식사를 하는 직원도 한두 명 눈에 띄었다. 황경진 농협은행 디지털전략사업부 오픈이노베이션팀장은 “2019년 4월 농협은행이 시작한 ‘NH디지털챌린지 플러스’를 7기까지 운영한 후 2023년부터는 기수제 개념을 없애고 동문 기업까지 포함해 협업하는 오픈이노베이션 프로그램으로 성격을 바꿨다”며 “최근에는 AI·데이터와 관련된 스타트업이 많고, 금융과 접목할 수 있는 생활금융 서비스를 활발하게 발굴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농협은행 자체 통계에 따르면 올원뱅크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생활금융 서비스·플랫폼 분야 협업사가 51곳으로 가장 많았고 에그·푸드·바이오테크 30개사, AI·데이터기업 29개사 등 AI와 농업을 양대 축으로 협업이 활발했다.
디지털 리딩뱅크를 선포한 농협은행은 스타트업을 발굴·육성하면서 은행 AI 기술 경쟁력까지 높이는 ‘윈윈 모델’ 구축을 목표로 한다. 특히 NH오픈비즈니스허브의 25개 스타트업이 농협은행의 AI 기술검증(PoC)에 함께하고 있다.
우주희 농협은행 디지털전략사업부 오픈이노베이션 차장은 “예컨대 일반 텍스트를 프로그래밍 언어로 바꿔주는 SQL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과 함께 외환거래보고서 작성을 자동화하는 작업을 한다. 의심거래가 발생하면 생성형 AI를 통해 관련 서류양식에 맞춰서 자동으로 보고서를 작성토록 한다”며 “새 기술을 검증할 때 시간·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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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
디지털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현업부서들도 1~2년 새 오픈비즈니스 허브에 부쩍 관심을 두고 있다. 올 상반기 새 스타트업을 선정할 때도 가장 염두에 둔 것은 ‘협업 가능성’이다. 우주희 차장은 “범 농협 18개 계열사 63개 현업 부서가 이번 스타트업 선발 과정에서 참여했다. 부서들의 비즈니스허브 참여도가 높아지고 있다”며 “현업부서와 사업 매칭을 한 기업이 현재 113개에 달한다”고 말했다.
스타트업 기술을 매개로 농협금융 계열사 간 협업도 늘고 있다. 전기차 충전 플랫폼 업체 소프트베리가 올원뱅크에서 충전소 위치 정보를 제공하고 손해보험에선 전기차 배상책임보험과 연계하는 식이다. 여기에 농협은행·카드 지급결제 수단을 더해 전기차 충전소 위치 파악부터 배상책임보험 가입, 관련 결제까지 올원뱅크에서 원스톱으로 처리할 수 있다.
우주희 차장은 “범 농협 계열사와 스타트업, 농민까지 지원할 수 있는 삼자 상생모델이 NH오픈비즈니스허브의 특장점이다”며 “범 농협 계열사가 다양하다 보니 한 번 협업이 성사되면 다른 계열사에서 협업이 추가로 일어난다”고 설명했다.
오픈비즈니스허브가 개소한 2019년 당시 디지털전략부장을 맡았던 강태영 농협은행장이 직접 스타트업 지원을 챙기고 있다. 올해 초 취임사에서 외부 혁신기업과 협력을 통한 디지털 경쟁력 강화를 당부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반기에는 스타트업 수요를 조사해 글로벌 진출을 지원하고, 민·관 오픈이노베이션 지원사업 등을 통해 스타트업에 더 많은 지원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