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최고 AI 병원 '메이오클리닉'
환자 3250만명 데이터 확보해
AI가 학습후 진료·수술에 활용
의료진 임상경험 사업화 착수
매년 600건 아이디어 쏟아내
연간 기술이전 수입만 1조원
의료 데이터산업 경쟁 불붙어
"최근 일주일 동안 매일 가족과 저녁 식사를 했습니다. 몇 년 전 같으면 꿈도 꾸지 못했던 일이죠. 인공지능(AI)이 환자 치료 계획을 세우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여줘 가능해졌습니다."(존 할람카 메이오클리닉 플랫폼 대표)
미국 최고 AI 병원으로 손꼽히는 미네소타주 소재 메이오클리닉. 이곳에서 만난 한 방사선 종양학과 교수는 "메이오클리닉이 보유한 AI 알고리즘을 활용하면 종양 위치를 빠르고 정확하게 계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무리 뇌종양 형태가 복잡한 환자라도 1시간 안에 방사선 치료 계획을 세울 수 있다"며 "예전에는 16시간이 걸리던 일을 한번에 처리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수술에 드는 시간을 아낀 만큼 더 많은 환자를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게 됐다는 설명이다.
환자 진료에도 AI가 대거 활용된다. 이곳 소화기내과에서는 3개월 전부터 신약을 복용한 크론병(염증성 장질환) 환자에 대한 연구가 한창이다. 한 의료진이 AI 프로그램에 신약에 투입된 약물과 크론병 간 상관관계를 묻자 과거 메이오클리닉에 입원했던 환자가 해당 약물을 복용한 후 보였던 증상이 신속하고 일목요연하게 나타났다.
존 할람카 메이오클리닉 플랫폼 대표는 "AI는 의사를 대체하는 게 아니라 의사가 더욱 효과적으로 환자를 돌볼 수 있도록 하는 도구"라고 말했다.
병원은 의료 데이터가 사업에 활용되는 대표적인 현장이다. 바이오와 AI가 빠르게 융합하면서 병원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메이오클리닉은 미국 내 첫 손가락에 꼽히는 AI 병원이다. 지난해 글로벌 리서치업체 CB인사이츠가 발표한 병원별 AI 도입 평점에서 메이오클리닉은 내로라하는 병원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AI와 데이터를 활용해 치료에 나서는 분야에서 발군의 성적을 거뒀다.
메이오클리닉은 환자 3250만명의 의료 데이터를 확보해 AI를 통해 이를 학습시킨 후 수술과 진료에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이렇게 확보한 데이터를 사업화하는 데도 적극적이다. 의료진은 임상 경험으로 얻은 다양한 아이디어를 사업화하고 외부 투자를 받는다. 매년 600개 이상 사업 아이디어가 쏟아지는데 이를 통해 연간 기술이전 수입만 1조원 넘게 올리고 있다. 의료 기술 사업화의 보물 창고인 셈이다. 의료 데이터를 기반으로 AI 헬스케어 생태계를 조성하는 작업에도 발 벗고 나섰다. 진료 과정에서 수요가 확인된 분야를 바이오 스타트업에 전달하고 필요한 데이터와 자금을 지원해주는 대신 그 기업의 지분 일부를 받는 식이다.
스타트업이 만든 헬스케어 제품은 메이오클리닉의 임상 현장에서 검증받으며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 신기술 공급자와 수요자가 초기 단계부터 밀접하게 협력해 시장성을 갖춘 제품이 나오도록 한 것이다.
할람카 대표는 "메이오클리닉은 산학연 4000여 곳 기관과 함께 의료 현장에서 AI 활용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연합체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며 "AI 기술을 의료 현장에 활용하기 전에 신뢰성과 활용성이 충분히 갖춰졌는지 판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미국에선 유전체, 임상 데이터 등 바이오 데이터를 활용해 정밀한 의료 시스템을 병원에 이식하는 작업에 속도가 붙었다. 제약사들도 적극적이다. 의료 데이터를 통해 신약 개발 속도를 대폭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의료 데이터를 제공하는 기술 기업 입지가 날로 커지는 이유다.
그 선두에 있는 곳이 미국의 템퍼스AI다. 템퍼스AI는 방대한 환자 데이터를 수집해 맞춤형 치료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2000여 개 의료기관과 연계된 데이터 네트워크를 구축했는데 미국 상위 제약사의 95%(2023년 기준)가 이 회사 데이터를 활용한다.
현재 템퍼스AI가 제공하는 데이터 플랫폼은 미국 내 의사 7000여 명과 대학병원 65%에서 사용하고 있다. 에릭 레프코프스키 템퍼스AI 최고경영자(CEO)는 "의사가 환자에게 최적화된 치료를 제공할 수 있도록 지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령화로 의료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지만 의료 인력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점도 디지털 바이오가 급성장하는 배경이다.질환 등 장기적인 치료가 필요한 사례가 많아지면서 비용을 효율화하고 의료 정확도를 높이는 의료 시스템에 대한 수요가 부쩍 늘었다.
[고민서 기자 / 김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