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의 관세협상 타결로 한숨 돌린 이재명 대통령이 1일 한미정상회담이라는 새로운 과제를 놓고 시험대에 올랐다. 8월 중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대좌에선 한반도에 중대한 영향을 줄 안보 이슈들이 의제로 오를 가능성이 커 면밀한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현재 한미 양국은 외교 채널을 통해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첫 정상회담 일정을 조율 중이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마코 루비오 미 국무부 장관과 만난 뒤 "날짜를 조율하고 실무선에서 내용을 충실히 만들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이보다 하루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SNS를 통해 관세협상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 대통령이 '2주 이내'에 양자 정상회담을 위해 방미할 것이라고 공개한 바 있다. 이에 이르면 다음 주 중 회담이 열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여전히 일정은 유동적이다.
방미 중인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날 현지 특파원들과 만나 "단정하기 어렵다. '2주 안이다, 밖이다' 얘기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도 전날 브리핑에서 "(2주 안에 진행한다고) 발표가 돼 있는 것 같은데, 미국 대통령도 바쁘고 우리 대통령도 일정이 있다"고 언급했다.
여기에 양국 정상의 하계휴가 일정까지 맞물려 정상회담 날짜가 언제로 잡힐지는 현재로서는 예단하기 어렵다. 정상회담이 하루속히 이뤄진다면 관세협상의 세부 사항을 조기에 확정해 경제적 불확실성을 확실히 제거하는 동시에 그간 거듭 미뤄져 온 한미 정상외교의 본격 가동도 한층 앞당길 수 있다. 반대로 회담까지 여유가 생길 경우 주요 의제를 차분하고 세밀하게 재검토하고 전략을 수립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역시 나쁘지 않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8월 정상회담이 사실상 확정된 상태여서 이 대통령으로선 '협상의 달인'으로 불리는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하기 위한 세부 전략 다듬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관세협상이란 큰 산을 넘었지만, 정상회담은 경제·통상은 물론 외교·안보 사안까지 아우르는, 차원을 달리하는 무대여서 더욱 험난할 수밖에 없다.
우선 이 대통령은 다소 모호한 상태에 있는 관세협상의 세부 내용을 논의하면서 추가 양보가 이뤄지지 않도록 국익을 지켜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특히 관세협상에서 다뤄지지 않은 '안보 패키지'도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국방비 증액과 미국산 무기 구매는 물론이고 인도·태평양 지역 안보 환경 변화와 맞물린 주한미군의 역할 조정 등도 비중 있게 거론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최근 국방부와 외교부 등이 '한미동맹 현대화'를 공식적으로 언급한 데 이어 방미 중인 정부 고위 당국자는 이날 "주한미군의 역할과 성격은 여러 가지 요인 때문에 변화가 있을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비록 미국의 입장에 공감하는 의미는 아니라고 전제하긴 했으나, 정부 측에서도 미국의 요구를 어느 정도 현실로 받아들이며 협상을 준비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