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약 7년 만에 북한을 찾았다. 다음달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반도 문제를 둘러싼 북·중 간 사전 조율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북·중 관계는 지난해 정상회담 이후 고위급 교류가 활발해지고, 열차 항공 등 교통편 재개가 이어지는 등 밀착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1박2일 평양 방문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왕 부장은 북한 외무성 초청으로 9일부터 1박2일 일정으로 평양을 방문했다. 왕 부장의 방북은 2019년 9월 이후 처음이다. 당시 그는 사흘간 평양을 방문해 이수용 당시 노동당 외교담당 부위원장, 이용호 외무상 등과 만나 북·미 비핵화 협상 문제와 한반도 정세에 관해 협의했다.
외교가에서는 이번 방북의 핵심 목적을 미·중 정상회담 대비 차원으로 보고 있다. 회담에서 북한 문제가 주요 의제로 다뤄질 가능성이 큰 만큼 중국이 사전에 북한의 의중을 파악하고 관련 변수를 선제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방북이라는 분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방중을 계기로 김정은과의 만남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양측이 미·북 회담에 대한 의중을 교환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강준영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미·중 정상회담에서 북한 문제가 논의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중국으로선 북한의 의도를 미리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중국이 여전히 북한에 영향력을 갖고 있다는 점을 미국에 보여주려는 의도도 있다”고 했다. 손열 동아시아연구원 원장은 “미국과 정상회담 때 북한이 추가 도발에 나설 경우 전체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는 만큼 이를 미리 관리하려는 차원에서 왕 부장이 방북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이날 지난 6~8일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화성-11가’(KN-23)에 집속탄두를 탑재해 발사하는 시험을 했다고 밝혔다. 집속탄은 하나의 발사체 안에 수많은 폭탄이 들어 있어 넓은 지역에 무차별적 파괴력을 가한다.
◇北·中 밀착 강화 흐름
이번 방북은 북·중 관계 복원 흐름의 연장선으로도 해석된다. 한동안 소원했던 양국 관계는 지난해 9월 양국 정상회담을 계기로 다시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당시 김 위원장이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항일전쟁 승리 80주년 기념 열병식에 참석하기 위해 6년8개월 만에 중국을 방문했고, 이후 최선희 외무상의 방중과 리창 중국 총리의 평양 방문 등 고위급 교류가 이어졌다.
올해 들어서는 정상 간 ‘서한 외교’가 재개됐고, 코로나19 이후 중단된 베이징~평양 여객열차 운행이 복원됐다. 지난달에는 중국국제항공(에어차이나) 평양 노선이 6년 만에 재개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대남 단절 기조를 유지하는 상황에서 북·중 밀착이 한국의 외교·안보 환경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중 관계가 강화될수록 중국은 북한 입장을 더 수용적으로 반영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중국이 한반도 문제에서 균형자 역할을 하기보다 북한 쪽으로 기울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다빈 기자 davinc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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