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인천물류센터 화재 사흘째
장맛비에도 불길 다 못잡아
5층 불 번지면 화재 통제 더 힘들어져
화재로 인한 손실 수천억대 전망
“배송 분산 대응…장기화 땐 차질”
인천 쿠팡 물류센터 화재가 사흘째 이어지며 물류 차질 우려가 커지고 있다. 건물 붕괴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가운데 쿠팡은 배송 물량을 인근 센터로 분산했지만 화재가 장기화할 경우 배송 차질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0일 유통업계와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 18일 오전 6시 54분께 인천 서구 석남동 쿠팡 제32물류센터에서 발생한 화재는 발생 56시간이 지난 이날 오후 3시 현재까지도 진화되지 않고 있다. 화재 여파로 인근 주민에게 대피령이 내려졌고, 주변 학교에는 휴교가 권고됐다.
소방당국은 살수차와 소방헬기 등을 동원해 소화용수를 뿌리고 장맛비까지 내렸지만 좀처럼 불길을 잡지 못하고 있다.
가장 큰 변수는 건물 5층에 보관된 리튬배터리 탑재 물류로봇이다. 리튬배터리를 사용하는 물류로봇 수백 대가 보관돼 있어 불길이 5층까지 번질 경우 건물 전체로 화재가 급속히 확산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허석경 인천서부소방서장은 이날 현장 브리핑에서 “최초 화재는 1구역 6층에서 시작돼 7층으로 번졌고, 이후 2구역 6층과 7층으로 확대됐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불이 번지지 않은 5층에는 리튬배터리를 사용하는 물류창고용 로봇 수백 대가 있다”며 “배터리 용량만 일반 전기차 20대 분량에 달해 5층으로 화재가 확산하면 건물 전체로 급격한 연소가 이뤄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따라 소방당국은 5층으로의 화재 확산을 막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소방대원들이 직접 5층 내부에 진입해 방어선을 구축하는 한편 건물 외곽에는 고가사다리차 등 특수차량 31대를 배치해 화세를 억제하고 있다. 열화상 드론을 활용해 건물 내부의 열 축적 상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며 연소가 심한 구역에 소방력을 집중 투입 중이다.
화재가 장기화하면서 최악의 경우 건물 붕괴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이 경우 복구 기간이 길어지면서 수도권 물류 운영 전반에도 적잖은 부담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쿠팡은 현재 배송 물량을 인근 물류센터로 분산해 운영하며 배송 차질을 최소화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당장은 배송에 큰 차질이 없지만 화재가 장기화할수록 대체 물류망 운영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건물 붕괴 등으로 복구가 늦어질 경우 일부 배송 지연도 불가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화재가 장기화하면 재산 피해도 눈덩이처럼 불어날 전망이다.
인천 제32물류센터는 연면적 약 29만9000㎡, 지상 8층 규모로 2021년 화재로 전소된 경기 이천 덕평물류센터보다 두 배 이상 큰 시설이다. 당시 쿠팡은 덕평물류센터 화재로 약 3400억원의 손실을 입었다고 공시했다. 이번 화재가 건물 전반으로 확산할 경우 센터 규모가 더 큰 만큼 피해액도 이를 웃돌 가능성이 제기된다.
직접적인 재산 피해 외에 물류센터 가동 중단에 따른 간접 비용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쿠팡은 현재 배송 지연을 겪은 고객을 대상으로 5000원 상당의 쿠팡캐시를 지급하고 있다. 보상 대상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화재가 장기화할수록 관련 비용 역시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따른 대규모 과징금 부담까지 안고 있는 점도 악재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쿠팡의 안전조치 의무 위반과 법적 근거 없는 개인정보 수집 등을 이유로 과징금 6246억8100만원과 과태료 1680만원을 부과했다. 과징금 규모는 쿠팡의 지난해 영업이익(약 6790억원)에 맞먹는다. 이번 화재에 따른 손실까지 더해질 경우 실적 부담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번 화재를 계기로 쿠팡의 물류센터 안전관리 체계도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쿠팡은 2021년 덕평물류센터 화재 이후 전국 물류센터의 화재수신기를 원격 관리하는 통합 소방안전 시스템을 구축하고, 일부 대형 물류센터에는 법정 기준을 웃도는 화재감지기와 스프링클러 등 소방시설을 확충하는 등 안전 투자를 확대해왔다.
그러나 대형 물류센터에서 다시 화재가 발생하면서 이 같은 안전관리 체계가 인천 제32물류센터에도 동일하게 적용됐는지, 화재 당시 소방 설비가 정상적으로 작동했는지 등이 향후 조사 과정에서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쿠팡은 인천 제32물류센터에 구축된 안전 설비와 당시 작동 여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한편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는 화재로 불편을 겪는 지역 주민들을 위해 인근 초등학교에 방진마스크를 지원하고 임시 대피소에 전문 간호인력을 배치하는 등 지원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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