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한 인플루언서가 "에르메스 버킨백은 중국 공장에서 만들어지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영상에서 인플루언서는 버킨백 제조 과정을 설명한 뒤 "1400달러 가방에 에르메스 브랜드가 붙으면 3만8000달러가 된다"며 "로고만 없는 에르메스 버킨백이 필요하다면 우리에게 연락하라"고 당부했다.
영상에 공개된 중국 공장은 자사 홈페이지에 "샤넬, 에르메스의 주문자 부착생산업체였지만, 지금은 계약이 만료됐다"며 "현재는 로고 없는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15일 틱톡 등 SNS를 종합하면 중국 인플루언서들이 동영상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플랫폼 틱톡에서 미국 사용자를 대상으로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명품 브랜드 상당수가 중국에서 저가로 제조하면서 브랜드값으로 인해 높은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루이비통, 프라다, 에르메스 등 유명 브랜드 가방도 중국에서 만든 뒤 이탈리아와 프랑스로 배송돼 로고 등을 부착한 후 비싼 가격에 팔린다거나 샤넬의 헤어핀이 남부 광둥성 둥관에서 제작된다고 주장하는 영상도 찾아볼 수 있다. 한 인플루언서는 룰루레몬의 주문자부착생산을 전담하는 중국 이우의 현지 공장을 소개한다며 "시중에서 100달러(약 14만원)에 파는 룰루레몬 레깅스도 중국 공장에서는 5~6달러면 살 수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에서 제품을 직접 구매하면 저렴하다는 판로 개척 영상이지만, 실상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부과한 고율 관세를 조롱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가 부과한 대중국 관세 145%로 인해 중국산 생활용품 가격이 오르면 미국 소비자가 피해를 보기 때문이다.
중국은 세계 섬유 제품 생산량의 약 3분의 2를 담당하고 있으며 미국은 중국산 섬유 제품 최대 수입국이다. 지난해 미국은 약 490억 달러(약 66조원) 규모 중국산 섬유 제품을 수입했다. 고율 관세로 인해 미국인이 입는 의류 가격도 동반 상승할 수 있는 셈이다.
이들 인플루언서는 "무역전쟁이 시작됐다"며 "중국인들은 오랫동안 알고 있던 진실이 드디어 폭로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인플루언서는 "여러분의 정부와 정치인들은 수십년간 여러분의 일자리를 중국으로 빼돌렸다"며 "그들은 그들의 이익을 위해 여러분의 미래를 희생시켰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이들의 주장이 사실이 아닐 가능성도 있다. 버킨백이 중국에서 만들어진다는 주장에 대해 에르메스는 "버킨백은 100% 프랑스에서 장인들의 수작업으로 만들어진다"고 반박했다. 다만 사실 여부와 무관하게 관련 동영상이 SNS를 통해 미국 소비자들에게 빠르게 퍼지고 있다. 현재 미국 내 틱톡 이용자 수는 1억700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