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원 바·456원 라면”…대형마트·편의점도 ‘1000원’에 몰린다

장바구니 물가 부담에 초저가 중 심리적 가격저항선 백원대로
라면, 아이스크림 이어 채소, 생필품까지 ‘1000원’ 이하 확대

서울 이마트 용산점에 노브랜드 라면한그릇(봉지당 456원)이 진열돼 있다. 2025.6.29/뉴스1

치솟는 외식 물가 부담이 가중되면서 저렴한 알뜰 구매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고물가 기조에 하반기 물가상승 전망에 따른 불확실성으로 소비 심리가 여전히 위축되고 있는데 따른 현상으로 풀이된다.

3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 상반기 소비자물가지수에서 1월(2.2%) 이후 하락세를 보이면서 5월(1.9%)에 2% 아래로 떨어졌지만 6월(2.2%)에 다시 2%대로 돌아섰다.

6월 기준으로 가공식품(+4.6%) 상승률이 2023년 11월(5.1%) 이후 19개월 만에 가장 높은 가운데 외식(+3.1%)과 외식 제외(+3.5%)로 구성되는 개인 서비스의 물가 상승 ‘기여도’(1.13%포인트)가 전체(2.2%)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았다. 통계청은 외식물가 상승에 따른 전체 물가상승 가능성을 짚었다.

한국은행의 소비자동향조사 결과 추이를 보면 1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1.2로, 2월(95.2) 이후 3월(93.4), 4월(93.8)까지 소비 심리 개선(100이하 부정적)의 불확실성이 이어졌다. 그러나 5월(101.8) 이후 6월(108.7), 7월(110.8) 3개월 연속 상승세로 점진적인 경기 반등은 기대되는 대목이다.

다만 하반기에도 물가 상승률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이어지면서 소비 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는 시각이다. 히트플레이션 여파다. 현대경제연구원이 폭염이 길었던 과거 16개 연도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평균 하반기 물가 상승률(+0.2%)을 밀어 올리는 현상을 초래했다. 폭염에 따른 농축수산물(+0.5%), 가공식품(+0.6%), 외식물가(+0.2%) 등도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 상반기까지 정치적 불확실성과 잇단 가격 인상 등 여파로 소비 심리 불안감은 ‘짠소비’ 성향을 강화한 가운데 하반기 역시 폭염 등 물가 상승 압박이 예상됨에 따라 더딘 소비 심리 회복세로 알뜰 소비 트렌드는 지속할 것이란 전망이다.

실제로 편의점 CU의 판매 분석에 따르면, 1000원 이하 상품의 전년 대비 매출 신장률은 2021년 10.4%에서 2022년 23.3%로 물가 급등 시기에 맞춰 큰 폭으로 뛰었다. 이후 2023년 21.1%, 2024년 29.8%로 3년간 20%대 높은 상승률을 기록하다 올해(1월~7월)는 38.4%로 40%에 육박하고 있다. 생활물가가 전방위로 오르면서 파격적인 가성비 상품을 찾는 수요가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대형마트와 편의점 1000원 이하 초가성비 상품의 판매 흐름에서도 보면, CU가 지난해부터 선보이고 있는 880라면(160만 개), 990스낵(140만 개), 990가공유(450만 개), 990채소(50만 개) 등은 1년 만에 높은 판매량을 보이고 있다. 이들 제품들은 시세 대비 30~50% 저렴하다.

특히 장바구니 부담 완화를 위해 초저가 중 유통 채널 중 최저가에 도전 중인 PB ‘득템 시리즈’는 2022년(+838.6%), 2023년(170.2%), 2024년(+186%)까지 꾸준한 성장세로 지난해 말 기준 누적 5000만 개 판매 돌파한 가운데 올해(1월~7월)는 상반기에만 3000만 개가 팔렸다.

우유, 라면, 채소, 아이스크림 등 초저가 라인업을 확대하고 있는 GS25도 올해(1~7월) 기준 1000원 이하 상품의 매출은 236.9% 증가했다. 1974우유(980원)는 지난해 5월 출시 이후 60만 개가 판매됐으며 ‘천냥나물’도 50만 개 이상 팔렸다. 출시 1년도 안 된 리얼프라이스 500원 아이스크림(350만 개)이나 550원 라면(120만 개), 리얼980(980원) 라면(100만 개) 등 판매량이 증가 추세다.

최근 시세 대비 36% 저렴한 900원 캔커피를 선보인 세븐일레븐 역시 ‘오백바’(500원)나 파우치음료(900원) 등 판매고(100만 개 이상 판매)를 보인 가운데 올 상반기 60% 이상 매출이 증가하면서 초저가 제품군 대응을 확대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6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2.2% 상승했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 2025.7.2/뉴스1

대형마트 역시 마진율을 최소화한 ‘저마진’ 상품을 확대 운영 중이다. 대표적으로 이마트는 노브랜드를 통해 2015년부터 ‘가격 동결’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노브랜드 감자칩(890원)의 경우 한 달에 20만 개 이상 판매되는 스테디셀러지만 10년 동안 동일한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250만 개 이상 팔린 ‘라면한그릇’ 제품의 경우도 봉지당 456원 정책을 이어오고 있다.롯데마트도 1000원 이하 제품을 50여개로 확대해 운영 중이다. 시세 대비 30% 저렴한 ‘오늘좋은’ 시리즈로, 콩나물과 두부 등을 비롯해 ‘오늘좋은 물티슈’는 전체 일반 물티슈 판매량의 50% 이상을 차지할 만큼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롯데마트 측은 “고물가로 1000원 이하에서 호실적을 보이고 있다. 올해(1월 1일부터~7월 31일) 기준 매출은 30%나 증가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초저가 상품은 NB상품(브랜드상품)과 달리 마케팅 비용을 줄이고 중간 벤더를 통하지 않은 100% 직거래 시스템이나 마진 최소화로 가능한 가격대”라면서 “고물가로 초저가 수요는 지속적으로 급등하고 있는 추세로, 채널별 브랜드 협력사와 협업으로 가격과 제품의 질까지 확보하면서 향후 실적 모멘텀으로 예상한다”라고 전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