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대학 등록금 인상률이 16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정부의 등록금 동결 압박에도 재정난을 이기지 못한 대학들이 줄줄이 등록금 인상을 결정하면서다.
29일 교육부에 따르면 올해 4년제 일반 및 교육대학 193개교 중 70.5%인 136개교가 등록금을 인상했다. 다만 국·공립대학들은 대부분 등록금을 동결했다. 국·공립 대학 39곳 중 교대 10곳과 한국교원대, 서울시립대를 제외한 27곳이 등록금 동결을 결정했다.
2025학년도 학생 1인이 연간 부담하는 평균 등록금은 710만6500원으로 전년 대비 4.1% 상승했다. 금액으로는 평균 27만7000원이 올랐다.
이는 16년만에 최대 인상폭이다. 정부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인 2010년부터 등록금 인상 대학에 국가 장학금 일부 유형을 지급하지 않는 방식으로 대학들의 등록금 인상을 사실상 제한했다. 그 결과 대학들은 15년간 등록금을 사실상 동결했다.
이 기간 동안 대학들의 재정난은 심화됐다. 시설 투자를 하지 못해 강당 천장에 비가 새고, 화장실은 낙후됐다. 우수 인재를 채용하기 위한 글로벌 대학과 기업들간의 경쟁은 심화되는데 한국 대학들은 인센티브를 제공하지 못해 교원 영입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부 대학에서는 학생들까지 나서 "대학 시설이 초·중·고등학교보다 못 하다"며 등록금 인상에 찬성했을 정도다.
새 정권이 들어서면 물가 상승을 우려해 등록금 동결을 더 강하게 압박할 수 있다는 점도 대학들이 올해 등록금 인상을 결정한 요인으로 분석됐다. 고등교육법에 따르면 대학은 직전 3개 물가상승률 평균의 1.5배까지 등록금을 인상할 수 있다. 최근 물가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올해 상한선은 5.49%였다.
한편 올해 사립대 평균 등록금은 800만2400원, 국·공립대는 423만899원으로 격차가 컸다. 계열별 평균 등록금은 의학(1016만9700원), 예체능(814만4000원), 공학(754만4000원), 과학(713만8600원), 인문사회(627만2600원) 순으로 나타났다.
등록금 인상의 여파로 가계 지출의 주요 항목 중 하나인 교육 물가도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사립대를 중심으로 대학교 등록금이 오른 여파가 국공립대·전문대로 확대되면서다. 유치원비가 9년여 만에 가장 크게 뛴 것도 영향을 미쳤다. 7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 3월 교육 물가(지출목적별 분류)는 1년 전보다 2.9% 상승했다. 금융위기 시절인 2009년 2월 4.8% 이후 16년 1개월 만에 최대 폭이다.
고재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