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인가구는 쳐다도 못 본다"…'그림의 떡' 로또청약 [돈앤톡]

1 week ago 11

서울 용산구 이촌 르엘 스카이라운지 이미지 /롯데건설 제공

서울 용산구 이촌 르엘 스카이라운지 이미지 /롯데건설 제공

최근 서울 분양시장에서 소위 '로또 청약'이라고 불리는 단지가 잇달아 공급되면서 무주택자들의 기대가 그 어느 때보다 높았습니다. 당첨만 되면 10억원에서 20억원의 시세 차익이 보장된다는 소식에 청약 통장이 쏟아졌지만, '3인 가구'는 사실상 기회도 가질 수 없는 구조라는 점이 확인됐습니다.

21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최근 분양한 용산구 '이촌 르엘'은 1순위 전 주택형에서 당첨 최저 가점이 69점을 기록했습니다.

청약 가점은 무주택 기간과 통장 가입 기간, 부양가족 수로 정해집니다. 무주택기간 15년 이상(32점), 청약통장 가입 기간 15년 이상(17점), 본인 제외 부양가족 6명 이상(35점)이면 만점(84점)입니다. 69점은 4인 가구가 무주택·통장 가입 기간 15년 이상을 채워야 받을 수 있는 최고 점수입니다.

서초구에서 분양한 '오티에르 반포'의 당첨 가점은 더 높습니다. 12개의 모든 주택형을 통틀어 이 단지의 당첨 최저 가점 역시 69점이었습니다. 다만 주택형별 평균 최저가점은 71.3점입니다. 3인 가구가 받을 수 있는 청약 만점 점수가 64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들은 구조적으로 도전조차 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

"3인가구는 쳐다도 못 본다"…'그림의 떡' 로또청약 [돈앤톡]

고가점자들이 몰린 이유는 압도적인 시세 차익 때문입니다. '이촌 르엘' 전용 122㎡ 분양가는 최고 33억원대로, 인근 '래미안 첼리투스'의 비슷한 면적인 전용 124㎡가 지난 1월 12일 44억5000만원에 팔렸다는 점을 고려하면 약 11억원 수준의 차익이 예상됩니다.

'오티에르 반포'는 시세차익이 더 큽니다. 전용 59㎡와 84㎡의 분양가가 최고가 기준 각각 20억4610만원, 27억5650만원으로 책정됐는데, 인근 '신반포자이'는 최근 전용 59㎡가 39억8000만원, 전용 84㎡는 47억5000만원에 거래돼 20억원에 가까운 차익이 기대됩니다.

'가점' 외에 막대한 현금 동원력도 예비 청약자에게는 장벽입니다. 분양가상한제 적용에도 여전히 높은 분양가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대출 규제를 뛰어넘는 막대한 자기자본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가점 인플레이션'과 자금력 장벽이 동시에 작용하며 일반적인 무주택 실수요자에게 로또 청약은 그야말로 '그림의 떡'이 된 셈입니다.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된 상급지 청약이 불가능해진 예비 청약자는 외곽 지역으로 눈을 돌려야 하지만, 이마저도 녹록지는 않습니다. 최근 서울 지역 분양가가 급격하게 상승했기 때문입니다.

강서구 방화동에서 분양한 '래미안 엘라비네'가 대표적입니다. 이 단지는 1순위에서 평균 25.01 대 1을 기록하며 마감됐으나, 전체 물량의 20%가 미계약분으로 시장에 다시 나왔습니다. 국민평형인 전용 84㎡ 분양가가 18억4800만원에 달하면서, 당첨자들이 계약을 포기한 결과입니다. '서울 끝' 외곽에서도 국평 18억원 시대가 열렸지만, 시장이 이를 한 번에 소화하지 못하고 있는 셈입니다.

흑석11구역 조감도

흑석11구역 조감도

앞으로 공급 예정인 단지들의 분양가는 더욱 높아질 전망입니다. 최근 청약한 노량진6구역 '라클라체 자이드파인'의 전용 84㎡ 분양가는 최고 25억8510만원에 책정됐습니다. 내달 분양 예정인 노량진8구역 '아크로리버스카이'와 흑석11구역 '써밋더힐'의 분양가는 노량진6구역을 뛰어넘을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입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3인 무주택 가족의 가장인 A씨는 "15년을 꽉 채워 무주택으로 버텼고 청약 통장도 아내와 결혼 전부터 부어왔는데, 아이가 하나라는 이유로 기회조차 없다는 게 허무하다"며 "그렇다고 비강남권으로 눈을 돌리니 이마저도 분양가가 20억원을 넘는다. 평생 월급을 모아도 따라잡을 수 없는 격차에 청약의 꿈이 허무하게 느껴진다"고 한탄하기도 했습니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시세 차익이 클수록 가점 경쟁이 치열해지기 때문에 3인 가구의 당첨 확률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며 "3인 가구는 현실적으로 청약에 대한 눈높이를 낮춰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박 대표는 "청약은 내 집 마련의 여러 수단 중 하나임을 인지하고, 당첨 가능성이 낮은 로또 청약에만 매달리기보다는 급매물 매수나 분양권 확보, 일반 매매 등 다각적인 대안을 고려하는 것이 실질적인 내 집 마련 전략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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