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정두리 기자] 우리나라 경상수지가 올해 3월에도 100억달러에 육박하는 대규모 흑자를 이어갔으나 4월에는 흑자폭이 큰 폭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관세 정책 영향이 본격화되면서 불황형 흑자 형태가 시작될 것이란 분석이다.
특히 본원소득수지가 계절적 요인으로 적자가 예상되는 가운데, 대미 수출 비중이 높은 자동차와 자동차부품, 철강 등을 중심으로 실적 악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신승철 한국은행 경졔통계1국장이 9일 오전 서울 중구 한은에서 개최된 ‘2025년 3월 국제수지(잠정) 기자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한국은행은 9일 ‘2025년 3월 국제수지(잠정)’을 통해 올해 3월 경상수지가 91억 4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2023년 4월(-24억3000만달러)에 적자를 기록한 뒤 23개월 연속 흑자다.
올해 들어 1분기 누적 경상수지 흑자(192억 6만달러)도 작년 같은 기간(164억 8000만달러)에 비해 27억 8000만달러 웃돌았다.
경상수지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상품수지는 84억 9000만달러 흑자로 집계됐다. 전달(81억 8000만달러)과 비교하면 흑자폭이 소폭 늘어난 수치다. 상품수지를 구성하는 항목 중 수출은 593억 1000만달러로 전년동월비 2.2% 증가했다.
반도체 수출이 1개월 만에 증가로 전환하고, 컴퓨터 수출 호조가 이어지며 IT품목의 증가율이 확대됐으며, 자동차, 의약품 등 일부 비IT품목도 늘어나면서 증가했다. 통관 기준으로 컴퓨터주변기기(31.7%)·의약품(17.6%)·반도체(11.6%)·승용차(2.0%) 등이 늘고, 석유제품(-28.2%)과 철강제품(-4.9%)은 줄었다.
수입은 508억 2000만달러로 전년동월비 2.3% 증가했다. 에너지 가격 하락으로 석탄(-34.6%)·석유제품(-15.1%)·원유(-9.0%) 등 원자재 수입이 7.5% 줄었지만, 반도체제조장비(85.1%)·반도체(10.6%)를 비롯한 자본재 수입이 14.1% 증가했다.
본원소득수지는 32억 3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하며 전월(26억 2000만달러)보다 흑자폭이 늘었다. 서비스수지는 22억 1000만달러 적자로 전월(-32억 1000만달러)보다 적자폭이 축소됐다. 여행수지는 겨울방학 해외여행 성수기가 종료되고, 봄철 외국인 국내여행 성수기 개시 등의 영향으로 7억 2000만달러 적자를 기록, 전월(-14억 5000만달러)보다 적자폭이 축소됐다.
“4월부턴 美관세 타격 불가피…흑자 큰 폭 줄어들 듯”
다만 4월 경상수지는 관세 정책 영향이 본격화되면서 3월보다 흑자 규모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신승철 한은 경제통계1국장은 “4월은 계절적으로 외국인 배당 지급이 집중되는 시기여서 본원소득수지는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나 통관 기준 무역 수지는 수출이 전월과 비슷한 규모를 보인다”면서 “따라서 경상수지는 흑자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이지만, 3월에 비해 흑자 규모가 많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대미 수출 비중이 높은 자동차와 자동차부품, 철강 등을 중심으로 실적 악화가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신 국장은 “대미 자동차 수출은 올해 들어 계속 줄고 있는데, 전기차 캐즘 때문에 수요가 계속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고, 자동차에 대한 관세 25%가 시행된 영향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관세를 앞두고 조기 선적도 하고, 미국 현지에서 생산도 늘리고, 재고로 충당을 하며 대응한 부분이 있다. 이러한 흐름은 어느 정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올해 경상수지 흑자규모는 지난 전망치인 750억달러를 밑돌 가능성이 높아졌다. 전망치 하향 조정 규모는 향후 관세 정책의 강도와 협상의 향방에 따라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 철강·알루미늄, 자동차 및 관련 부품에 25% 추가 관세를 예고하며, 반도체와 의약품 등으로 관세 대상 품목을 확대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신 국장은 “1분기만 보면 작년 1분기와 비교해 예상보다 실적이 높게 나왔다”면서 “그러나 미국 관세 정책의 영향이 생각보다 더 강하고, 광범위하게 시행될 것으로 보여 올해 전망치는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상호 관세는 90일간 유예가 됐고, 품목 관세 중에서 의약품과 반도체는 아직 확정되지 않은 부분들이 있어 여전히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면서 “어느 정도 하향 조정할지는 체크가 좀 더 필요한 부분”이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