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억 과징금 맞고도 무죄…세아창원특수강 '부당지원' 엇갈린 결론 [CEO와 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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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창원 세아창원특수강에서 포신 제품을 약 900도까지 가열해서 물로 상온까지 냉각하는 퀜칭 열처리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사진=세아홀딩스 제공

경남 창원 세아창원특수강에서 포신 제품을 약 900도까지 가열해서 물로 상온까지 냉각하는 퀜칭 열처리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사진=세아홀딩스 제공

총수 일가의 개인 회사를 부당하게 지원했다는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세아창원특수강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과징금을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한 사안이지만, 법원은 형사처벌을 할 정도로 범죄가 입증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과징금 처분은 이미 확정된 가운데 형사 책임은 별도로 부정된 것이다.

공정위 처분과 형사 책임은 별개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창원지방법원 형사6단독 우상범 부장판사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세아창원특수강에 지난 17일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관련 행정소송에서 처분사유가 인정됐다고 하더라도 형사소송에서 반드시 유죄를 선고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공정거래위원회의 처분과 형사 책임은 별도로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2016년 1분기부터 2019년 2분기까지 세아창원특수강이 계열사 CTC 등에 스테인리스 강관을 통상보다 낮은 가격에 공급했는지가 핵심 쟁점이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23년 9월 세아 측이 계열사에 유리한 가격으로 거래해 이익을 몰아줬다고 보고, 과징금 33억원을 부과하는 동시에 검찰에 고발했다. 공정위는 이 거래로 CTC가 약 26억5000만원의 비용을 아끼고 시장 경쟁력을 높였다고 판단했다.

세아 측은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공정위 처분이 정당하다고 보고 최종적으로 과징금 부과를 확정했다.

다만 공정위 고발로 이어진 형사 사건에서는 별도의 판단이 이뤄졌다. 법원은 공정위의 판단과 달리 형사재판에서 요구되는 수준으로 공소사실이 입증됐다고 보지 않았다.

가격 책정 '안전지대'..."지원 의도 없다" 판단

재판부는 우선 정상가격 산정 방식의 합리성이 충분히 증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가격 비교 과정에서 일본산 모관 등 주요 경쟁 제품을 제외한 점을 문제 삼으며, 이를 반영할 경우 가격 차이가 정상 범위(이하 '안전지대') 내로 수렴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봤다. 모관은 스테인리스 강관의 원재료로, 완제품 가격 형성의 기준이 되는 핵심 소재다.

공정위는 2016년 1분기부터 2019년 2분기까지 세아창원특수강이 통상적인 할인폭(1㎏당 400원)을 넘어 이례적으로 높은 수준의 할인(1㎏당 1000원)을 적용했다고 판단한 바 있다.

또 거래 조건 차이가 안전지대 기준을 근소하게 초과한 수준에 불과한 점도 고려됐다. 재판부는 이러한 경우 정상가격 산정에 대해 더욱 엄격한 입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계열사 간 거래의 성격에 대해서도 법원은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재판부는 "기업집단 내 계열사 간 협의와 거래는 통상적인 경영활동 범위에 해당할 수 있다"며 "CTC 관련 사업 전략 논의나 내부 의사소통 정황만으로 지원 의도나 범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경쟁 제한성 역시 인정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국내 시장이 수입산 제품과 경쟁하는 구조라는 점, CTC의 매출 증가가 단순한 원가 절감뿐 아니라 수출 확대 등 다양한 요인에 기인했을 가능성이 있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

결국 재판부는 "정상가격 산정의 합리성, 지원 의도 및 경쟁 제한성 등에 관한 검찰의 입증이 부족하다"며 공소사실 전부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이번 판결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가 확정된 사안이라도 형사재판에서는 범죄 성립 요건에 대한 엄격한 증명이 별도로 요구된다는 점을 재확인했다.

김유진 기자 magiclam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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