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줍줍'이라고 불리는 무순위 청약이 무주택자에게만 허용되도록 문턱이 높아졌습니다. 2년 만의 개편으로 유주택자 사이에선 불만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10일부터 무순위 청약 신청 자격을 무주택자로 한정하는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시행 중입니다.
무순위 청약은 기존 청약 당첨자가 계약을 포기하거나 부적격자로 드러나 나온 잔여 물량의 입주자를 다시 선정하는 제도입니다.
기존엔 국내에 거주하는 성인이라면 주택 소유 여부나 거주지역, 청약 통장 유무와 상관없이 무순위 청약을 할 수 있었지만, 앞으론 무주택자만 청약을 할 수 있습니다. 거주지 요건은 입주자모집공고 승인 권한을 가진 시장·군수·구청장 등 지자체장의 재량에 맡깁니다.
미분양 우려가 있다면 거주지 요건을 없애 외지인의 청약을 허용하고, 반대로 경쟁이 과열될 우려가 있으면 외지인의 청약을 제한하는 식입니다.
무순위 청약을 무주택자로 한정하면서 일부 유주택자들 사이에선 "너무하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서울시 송파구에 거주하는 40대 곽모씨는 "돈을 벌 기회를 나라에서 나서서 막는 것 같다"며 "'로또 청약'이 수십, 수백건이 쏟아지는 것도 아닌데 몇 건의 청약 때문에 유주택자 모두에게 페널티를 주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사
실 무순위 청약에 대한 규제 강화는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2021년 국토부는 무순위 물량 신청 자격을 해당 지역(시·군) 내 무주택 세대만 신청할 수 있도록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 예고한 바 있습니다. 2020년 12월 서울 은평구에서 나온 'DMC파인시티자이'는 1가구에 대한 무순위 청약을 했는데 29만8000명이 신청했기 때문입니다. 단지 분양가는 주변 시세보다 5억~6억원 낮은 수준이었습니다.
이렇게 유지되던 무순위 청약 제도는 2023년 다시 완화합니다. 서울 강동구 둔촌동에 들어설 예정이었던 1만2000여가구의 '올림픽파크포레온'이 무순위 청약을 앞두고 있던 시기입니다. 결국 정부의 규제 완화에 힘입어 889가구를 모집하는데 4만1540명이 몰리면서 평균 경쟁률 46.2대 1을 기록, 모든 가구를 팔았습니다.
올림픽파크포레온은 시작에 불과했습니다. 지난해 7월 무순위 청약 과열 양상은 정점을 찍었습니다. 경기도 화성시 오산동에 있는 '동탄역 롯데캐슬'은 지난해 7월 1가구에 대한 무순위 청약을 진행했는데 전용면적 84㎡를 분양받기 위해 294만4780명이 몰렸습니다. 2017년 분양가인 4억8200만원에 나왔는데, 당시 같은 면적대 실거래가가 16억2000만원으로 '11억 로또'였기 때문입니다. 청약에 많은 수요자가 몰리면서 홈페이지가 마비되는 일도 벌어졌습니다.
국토부는 주택 보유 여부뿐만 아니라 청약 시 부양가족 수 가점을 높게 받기 위해 위장전입을 하는 불법적인 행태를 막기 위해 실거주 여부 입증도 강화합니다. 기존에는 가족관계증명서, 주민등록 등·초본 등을 통해 부양가족을 확인했습니다만 앞으로는 부양가족의 병원·약국 등을 이용한 건강보험 요양급여내역을 추가로 확인해 실거주 여부를 판단할 예정입니다. 이 내역은 직계존속의 경우 입주자모집공고일 이전 3년 치, 30세 이상 직계 비속은 1년 치를 확인합니다.
국토부 관계자는 "무순위 청약 제도 개선은 '무주택 실수요자 지원'이라는 청약제도 본래 취지에 맞게 개편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한편 이번에 개편된 무순위 청약 제도 적용 첫 사례는 2023년 무순위 청약 덕을 봤던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지자체와 사업 주체가 무순위 청약 시행 시기 등을 협의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번에 무순위 청약에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물량은 전용면적 39·49·59·84㎡ 4가구입니다. 2023년 청약 당시 전용 59㎡가 9억7940만∼10억6250만원, 84㎡는 12억3600만∼13억2040만원이었습니다. 네이버 부동산 등에 따르면 이 단지 전용 59㎡는 20억~27억원, 전용 84㎡는 25억9000만~30억원까지 나와 있습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