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간 제사 대신 지냈어도…"종손은 넘길 수 없는 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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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이 한 가문의 종손 지위는 사적 합의로 넘길 수 없는 신분적 지위라고 판결했다. 조카에게서 종손 역할을 넘겨받아 30년간 제사를 주재한 경우라도 법적으로는 종손 지위를 취득했다고 볼 수 없다는 판단이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종중 이사 지위를 인정해달라며 A씨가 낸 가처분 사건 재항고심에서 이를 인용한 원심 결정을 뒤집고 신청을 기각했다. 대법원은 사건을 돌려보내지 않고 직접 결론을 내리는 파기자판을 선택했다.

사건은 1992년 종손인 B씨 사망 이후 시작됐다. 원래 종손 지위를 이어받아야 할 장손 C씨는 종손으로서의 제사 주재와 재산 관리 권한을 숙부 A씨에게 넘긴다는 합의서를 작성했고, 공증까지 받았다. 이후 종중도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고, A씨는 종손을 당연직 이사로 규정한 종중 규약에 따라 약 30년간 종손 역할을 수행했다.

분쟁은 2024년 종중이 A씨의 이사 임기 만료를 통보하고, 총회에서 ‘족보 기준에 따라 종손을 정한다’는 안건을 의결하며 촉발됐다. A씨는 총회 결의가 무효라며 이사 지위 확인을 구하는 가처분을 신청했고, 1·2심은 이를 받아들였다.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종손은 일정한 친족관계에 의해 당연히 인정되는 지위로, 양도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했다. 종손은 통상 ‘장자계의 남자손으로서 적장자손’을 의미한다. 이는 가문에서 제사를 주재하고 계통을 대표하는 사람으로서 단순한 역할이 아니라 친족관계에 기초해 부여되는 지위다. 공동상속인 협의로 정할 수 있는 제사 주재자와는 성격이 다르다는 것이다.

김유진 기자 magiclam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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