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장비 적은 소규모 어항 노렸나…해경 수사 확대
강원 마약사범 폭증…“단속·예방 강화해야” 주민 목소리
동해지방해양경찰청·서울본부세관 합동수사본부는 지난 2일 강릉 옥계항 코카인 밀반입 사건과 관련해 마약 밀반입에 관여한 필리핀 국적 선원 4명과 마약 카르텔 조직원 6명을 추적하는 등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앞서 수사본부는 밀반입에 관여한 필리핀 국적 선원 A 씨와 B 씨 등 2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한 바 있다. A 씨 등은 올 2월 중남미 마약 카르텔 조직원들과 연계, 중남미 생산 코카인을 ‘L호’에 실어 동남아와 한국 등으로 운반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마약상에게서 1인당 300만~400만 페소(약 7500만 원~1억 원 상당)를 받기로 하고 2월 8일 페루에서 파나마로 항해하던 중 코카인을 실은 보트와 접선해 코카인 약 2톤을 넘겨받아 선박 기관실 내에 은닉해 우리나라로 향했다.코카인을 실은 선박은 충남 당진항과 중국 장자강항, 자푸항을 거쳐 이달 2일 오전 6시 30분쯤 옥계항에 입항한 것으로 확인됐다.
마약 유통 창구로 이용된 강릉 옥계항은 석탄과 시멘트 운송을 목적으로 1997년 개항한 소규모 항구다. 국가무역항인 인접 동해항이나, 속초항보다 규모가 크지 않은 소규모 항구를 기항지로 삼았을 것이라 추측이 나오고 있다.
강원 동해안의 소규모 항구에서 대량의 마약이 적발되자 지역주민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권모 씨(39·삼척)는 “중남미에서나 일어날 법한 일이 강릉 앞바다에서 일어나서 깜짝 놀랐다”며 “동해안엔 감시 장비와 인력이 적은 소규모 어항과 어촌이 많은데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또 다른 시민 최민규 씨(38·동해)는 “6700만명이 투입할 수 있는 마약이 여름을 앞둔 동해안에 조금이라도 풀렸을 생각을 하니 끔찍하다”며 “더이상 강원도는 마약 청정지대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대검찰청이 지난 2023년 발간한 ‘마약류 범죄 백서’ 따르면 2023년 기준 강원지역 마약사범은 999명으로, 불과 2년 전(351명)에 비해 648명 증가했다.
지난해 6월 25일엔 마약에 취해 서울양양고속도로 30㎞를 역주행한 30대 남성이 붙잡히기도 했고, 같은 해 7월 강릉에선 필로폰을 투약한 50대가 대낮에 지인에게 흉기를 휘둘러 다치게 한 일도 있었다.
또 여름철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일부 해변에서 ‘마약 주사기 목격담’ 등 마약류 오남용 우려가 커지면서 마약퇴치운동본부 강원센터가 주요 해수욕장에서 예방 홍보캠페인을 펼치고 있기도 하다.임규성 한국마퇴본부 강원센터장은 “마약이 일상 속에 많이 스며들었지만, 도박과 달리 그 자체가 범죄이기 때문에 재발방지와 재활을 위해 관련기관을 찾는 경험자들이 적다”며 “마약류를 완전히 끊어내기 위해선 재활교육과 심리상담 등 기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동해=뉴스1)
- 좋아요 0개
- 슬퍼요 0개
- 화나요 0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