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문턱 아닌 회복의 통로…중환자실에 대한 오해와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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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훈 한림대성심병원 중환자의학과 교수가 중환자실 환자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한림대성심병원 제공

박성훈 한림대성심병원 중환자의학과 교수가 중환자실 환자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한림대성심병원 제공

한림대성심병원은 중증환자 진료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이달 1일 중환자의학과를 신설했다. 중환자의학과를 둔 병원은 한림대성심병원를 포함해 삼성서울병원, 서울대병원, 고려대 안산병원, 강원대병원, 동아대병원 등으로 늘어가는 추세다. 정부는 지난해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사업을 추진하며 중환자실(ICU)을 확장하고 시설, 시스템도 보완하고 있다. 다만 중환자의학과는 일반에 다소 생소하다. 박성훈 한림대성심병원 중환자의학과 교수의 자문을 받아 중환자실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알아봤다.


● 전문의 상주 24시간 환자 모니터링

중환자실은 활력징후가 불안정하거나 생명이 위태로운 환자에게 집중적인 감시와 치료를 하는 곳이다. 대형 병원은 내과계 중환자실(MICU), 외과계 중환자실(SICU), 심장 중환자실(CCU), 신경계 중환자실(NICU) 등으로 세분화해 운영하고 있다. 전문 분야에 따라 맞춤형 치료를 하기 위해서다. 일반 병동과 달리 활력징후를 24시간 모니터링하고 전문간호사와 고도로 훈련된 중환자의학 전문의가 상주한다. 인공호흡기, 지속적 신장투석, 에크모 등 고난도의 장비로 치료한다. 중환자실 입원 기준은 상태 악화 가능성이 크거나 생명이 위태로워 집중 치료가 필요한 환자다. 중증 감염, 호흡부전, 심부전, 출혈성 쇼크, 패혈증, 다발성 장기부전 등이 해당된다.

● 중환자실 입원이 치료 마지막 단계 아니다

인공호흡기와 생명유지장치는 꼭 마지막 단계에서만 사용할까. 그렇지 않다. 생명유지장치는 회복을 돕기 위한 ‘다리 역할’을 한다. 대부분 적극적으로 치료하기 위해 사용한다. 조기에 사용해서 장기를 보호하고 회복 가능성을 높인다. 회복 가능성이 희박한 환자에게 이런 장치는 연명치료 방법이 될 수 있어 평소 환자 의향과 보호자 뜻을 고려해 결정한다. 박 교수는 “중환자실에 들어가면 사망한다는 오해를 많이 한다”며 “치료 과정 마지막에 가는 곳이 아니라 오히려 초기에 적극적인 모니터링과 치료해서 환자를 살리는 곳이다. 회복 가능성이 높은 환자도 치료와 관찰을 목적으로 입원할 때도 많다”고 말했다.

중환자실은 무엇보다 감염예방을 위해 외부인 출입을 금지하고 있다. 다만 가족 면회의 긍정적인 효과가 크기 때문에 면회 방식에도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박 교수는 “담당 교수가 회진할 때 보호자가 참여하는 ‘온케어 보호자 화상회진 시스템’을 개발해 암병동에서 시행하고 있다. 중환자실로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중환자실에 오래 있으면 건강이 더 나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중환자실에 장기간 입원하면 근육 감소, 섬망, 감염 등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은 중환자실 치료 자체 때문에 발생하는 게 아니라 질환의 중증도와 장기 치료 과정 때문에 생긴 것이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 조기 재활, 집중영양요법 등 회복 중심 치료가 강화되고 있다.

● 중환자실만 집중 치료하는 중환자의학과

기존 중환자실은 소화기내과, 호흡기내과, 외과, 신경외과 등 해당 진료과가 환자를 중환자실에 입원시키고 진료했다. 담당 의사는 회진 시간 이외에는 일반 병동에 머물거나 외래환자를 진료해 중환자실에서 발생하는 응급상황에 대처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또 여러 곳에 분산된 환자를 맡아 중환자실 환자만 집중하기 어렵다. 이전에도 ‘중환자의학센터’라는 개념이 도입돼 여러 분야 의료진이 한 곳에서 모이기도 했다. 하지만 소속은 개별 진료과로 남아 중환자실에만 집중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었다.

중환자의학과는 중환자의학센터에서 한 단계 더 진보한 시스템이다. 병원이 중환자의학과를 설치하면 의료진 소속은 기존 진료과가 아니라 중환자의학과로 변경된다. 치료 뿐만 아니라 행정, 인력 운영 등 기존 진료과의 영향을 받지 않고 중환자실만 집중할 수 있게 된다. 박 교수는 “중증 환자들이 증가하면서 응급실에서 입원할 진료과를 결정하지 못하고 지연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중환자의학과’로 입원하면 환자에게 큰 도움이 된다. 진료 뿐만 아니라 연구에서도 시너지 효과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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