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말 미국의 1분기 성장률 속보치가 발표된다. 이색적인 것은 발표일이 다가올수록 금 수입분을 포함할 것인지를 놓고 논쟁이 가열되고 있는 점이다. 금 수입분이 미국 성장률을 좌우하는 것은 1930년대 대공황 당시 러시아 경제학자인 사이먼 쿠즈네츠가 국민소득 통계를 만든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올해 1분기 금 수입분은 종전 분기별 평균치보다 3배 이상 급등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관세정책에 따른 인플레이션 기대심리 헤징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안전자산으로 달러화와 미국 국채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해 금에 몰린 것도 한 원인이다. 국제 금값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며 한때 트로이온스당 3400달러를 넘어서기도 했다.
금 수입 급증이 성장률에 미치는 경로와 영향은 소득방정식(Y=C+I+G+(X-M), Y; 성장, C; 소비, I; 투자, G; 정부 지출, X-M; 순수출)을 통해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금 수입 급증으로 순수출 기여도 마이너스 폭이 커져 1분기 성장률을 무려 4%포인트 이상 훼손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분기마다 성장률 발표를 앞두고 예상치를 내놓는 두 개의 지역 연방은행이 있다. 하나는 금 수입분을 넣어 발표하는 애틀랜타연방은행의 GDP 나우, 다른 하나는 금 수입분을 넣지 않는 뉴욕연은의 GDP 나우 캐스터다. 마지막에 내놓은 1분기 성장률을 보면 전자는 마이너스, 후자는 플러스 성장률이 가능할 것으로 추정했다.
1분기 성장률에 금 수입분을 빼자고 주도적으로 주장하는 측은 도널드 트럼프 진영이다. 애틀랜타 GDP 나우처럼 1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나오면 트럼프 대통령에게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취임 직전까지 2~3%대 성장을 유지해 온 점을 고려하면 트럼프 대통령의 첫 경제 성적표가 최악으로 평가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금 수입분 포함 여부는 경기순환 면에서도 중요하다. 미국경제연구소(NBER)는 두 분기 연속 성장률 추이로 경기순환 국면을 파악한다. 작년 3분기 3.1%에서 4분기 2.4%로 떨어진 여건에서 올해 1분기마저 더 하락하면 공식적으로 경기 침체 국면에 들어간다. 금 수입분까지 포함해 마이너스로 나오면 디플레이션 우려까지 제기될 수 있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통화정책에도 중대한 의미가 있다. 양대 책무인 물가와 고용 면에서 당분간 기준금리를 변경할 필요성은 없다. 하지만 금 수입분을 포함해 올해 1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나온다면 사정은 달라진다. 경기 부양 차원에서 기준금리 인하 필요성이 급부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관세 부과에 따라 붕괴 일보 직전에 몰린 금융시장을 구하기 위해 잠시 미뤄둔 제롬 파월 Fed 의장 해고 문제도 재차 거론될 것으로 예상된다. 취임 이후 금리 인하를 계속 요구한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에 힘이 실리면서 Fed의 실기론과 함께 파월 의장의 책임론이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1분기 성장률 발표를 앞두고 주무 부서인 상무부도 깊은 고민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종전처럼 금 수입분을 포함해 성장률을 발표하면 친트럼프 성향인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으로선 부담이 크다. 갑자기 금 수입분을 빼서 성장률을 발표하면 트럼프 진영은 부담이 작아지겠지만 ‘통계 조작’이라는 또 다른 문제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다.
결국 선택은 하나다. 금 수입분 포함 여부에 따라 두 가지 성장률을 동시에 발표하되 종전의 단일 성장률과 시계열을 맞추기 위해 중간 수준의 성장률을 내놓는 방안이다. 이 또한 혼선을 완전히 피할 수는 없다. 성장률 추계 방식까지 영향을 미치는 혼선을 해결하는 최선책은 관세정책을 철회 혹은 완화하는 방안이다.
취임 100일을 맞는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올해 1분기 역성장한 우리로서는 완전히 철회하는 게 최선책이지만 그럴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