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마일 4분’, 오랫동안 여성이 뛰어 넘지 못한 이 기록에 나이키와 케냐 육상 선수 페이스 체픈게티 키피에곤(Faith Chepngetich Kipyegon)이 도전장을 던진다. 1마일을 4분 안에 주파하기 위한 프로젝트 ‘브레이킹4(Breaking4)’가 파리 현지 시간으로 오는 6월 26일 프랑스 파리의 스타드 샤를레티(Stade Charléty)에서 시작된다.
러닝은 나이키의 출발점이었다. 미국 오리건 대학의 전설적인 육상 코치였던 빌 바우어만(Bill Bowerman)이 더 빠르고 안전하게 달릴 수 있는 신발을 만든 데서 출발한 브랜드가 바로 나이키다. 탄생부터 러너를 위한 브랜드였고, 지금까지도 러닝은 나이키의 중심 철학이자 정체성이다. 러닝에서 시작된 나이키가, 다시 러닝으로 세상의 한계에 도전한다.
‘1마일 4분의 장벽’은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다. 오랜 시간 인간의 한계로 여겨지다 1954년 영국의 육상 선수 로저 배니스터(Roger Bannister)가 최초 3분대 기록으로 이 벽을 깬 이래로, 고등학생을 포함해 약 2,000명의 남성 선수가 이 기록을 달성했다.
그러나 여성 1마일 달리기는 더딘 발전 속도를 보여왔다. 1989년 7월 10일 파울라 이반(Paula Ivan)의 기록부터 2023년 7월 21일 페이스의 현재 기록까지 34년간 단 8초밖에 단축되지 않았다. 페이스는 지난 2023년 모나코에서 열린 다이아몬드 리그에서 1마일을 4분 7초 64에 달려 현재 이 기록에 가장 근접한 여성 선수다.
그렇다면 1마일을 4분 이내로 들어오는 것이 여성 선수에게 얼마나 어려운 도전일까. 많은 전문가가 현재까지도 넘지 못한 장벽으로 남아 있을 만큼 매우 어려운 기록이라고 입을 모아 말한다. 생리학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여성은 평균적으로 남성보다 헤모글로빈 수치와 심폐 능력, 근력, 산소 섭취 능력 등이 낮다. 따라서 단위 시간당 에너지 전달 효율에서 차이가 발생하고, 이는 곧 중장거리 달리기와 같이 지구력이 필요한 스포츠 기록의 격차로 이어진다. 이외에도 다양한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나이키 스포츠 리서치 랩의 에이미 존스 바탈루스(Amy Jones Vateralus)는 “8초는 언뜻 보면 별로 길지 않은 시간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이는 정말 엄청나게 어려운 도전”이라며 “데이터와 역사를 살펴보면, 여성이 1마일 4분의 벽을 깨는 데는 앞으로도 수십 년이 더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기록을 분석해 본 결과, 마지막 100m에서 내야 하는 라스트 스퍼트 기록을 보면 그 어려움이 더 체감된다. 하지만 세계 기록을 경신하고, 3회 연속 금메달을 거머쥔 후 ‘이제 무엇을 또 이룰 수 있을까?’를 고민하던 페이스에게 이는 불가능의 영역이 아닌 새로운 꿈으로 다가왔다. 한 아이의 엄마이자 선수로서 기존의 틀을 벗어나 한계에 도전하기로 결심한 그는 나이키와 파트너쉽을 맺고 1마일을 4분 안에 달리기 위한 훈련에 돌입했다.
나이키는 그의 역사적인 도전을 위해 전방위적 지원을 펼친다. 스포츠 마케팅, 러닝, 첨단 혁신 팀은 물론, 과학자, 생리학자, 엔지니어 디자이너까지 다양한 전문 인력들이 다방면으로 그의 퍼포먼스를 극대화하는 데 집중한다.
최첨단 스포츠 과학과 혁신 기반 시스템도 투입된다. 공기역학과 생리학을 기반으로 데이터를 분석하는 것은 물론, 3D 바디스캔 기술을 활용해 페이스가 신을 신발과 의류 등의 새 시제품을 만들었다. 하드웨어와 어패럴뿐 아니라 정신력 강화 훈련도 지원한다. 그의 마인드 콘트롤을 위해 특별한 코치가 이 여정에 함께 한다. 지난 2017년 나이키와 함께 마라톤 2시간 장벽에 도전한 엘리우드 킵초게(Eliud Kipchog)가 훈련 파트너이자 멘토로서 그의 도전을 응원한다.
페이스의 이번 도전은 결과와 상관 없이 모든 러너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그가 전하는 격려에서 용기란 결과가 아니라, 도전 그 자체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배운다.
“당신이 꿈을 꾸는 순간, 가능성은 이미 시작된 것입니다. 여성으로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한계를 뛰어넘어 더 큰 꿈을 향해 담대히 나아가는 것입니다“
강은영 기자 qboo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