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LG트윈스 우승 이끈 이광환 전 감독, 향년 77세로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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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야구-투수 분업화 등 프로야구 선진화 이끈 주역
여자 야구·유소년 야구 발전에도 큰 기여

  • 등록 2025-07-02 오후 5:32:20

    수정 2025-07-02 오후 5:58:34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1994년 LG트윈스를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끈 이광환 전 감독이 2일 별세했다. 향년 77세.

1994년 LG트윈스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던 이광환 전 감독이 2025시즌 KBO리그 개막전 시구를 한 뒤 팬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LG트윈스
이광환 전 LG트윈스 감독. 사진=뉴시스

야구계에 따르면 이 전 감독은 그동안 지병인 폐 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제주도에 머물러 있었다. 최근 폐렴 증세가 심해져 입원 치료를 받던 중 이날 오후 3시 13분께 세상을 떠났다.

대구 출신으로 대구중학교를 졸업한 후 서울로 올라온 이 전 감독은 중앙고에서 주전 유격수로 활약했다. 2학년 때는 황금사자기 우승을 이끌었고 3학년 때는 한 해 동인 가장 뛰어난 타자에게 주는 이영민 타격상을 받았다.

고려대를 거쳐 실업야구의 강호 한일은행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간 이 전 감독은 1977년부터 모교 중앙고 사령탑을 맡으며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프로야구가 출범한 1982년에는 OB베어스(현 두산베어스) 타격 코치를 맡아 팀을 원년 우승으로 이끌었다.

특히 이 전 감독은 한국 프로야구에 선진 야구를 앞장서 받아들인 인물로 유명하다. 일본 세이부 라이온즈와 미국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로 야구 유학을 다녀온 뒤 이때 배운 지식과 경험을 한국 프로야구에 적극적으로 도입했다.

특히 이 전 감독의 지도력은 1992년 LG 감독을 맡으면서 빛을 발했다. 당시로선 새로운 시도였던 ‘스타 시스템’이라는 투수 분업화 체계를 도입했다. 선수들에게 자율성을 부여하는 ‘자율야구’도 큰 화제를 모았다. 선진적인 팀 운영으로 척박한 KBO리그 문화에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1994년 LG는 이 전 감독과 함께 ‘신바람 야구’라는 활기찬 야구를 펼쳤고 그 해 한국시리즈 정상에 섰다. 1996년 시즌 도중 경질된 이 전 감독은 이후 한화이글스와 히어로즈(현 키움히어로즈) 사령탑을 역임했다. 감독 통산 성적은 608승 639패 3무.

이 전 감독은 프로야구 현장을 떠난 뒤에도 한국 야구 저변 확대와 질적 향상을 위한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1995년에는 제주도 서귀포에 사재를 털어 야구박물관을 건립한 뒤 소장하고 있던 야구 관련 소장품 3000점을 모두 기증했다.

이 전 감독은 한국야구위원회(KBO)와 서울대학교가 공동으로 설립한 베이스볼 아카데미 원장을 맡아 후진 양성에도 힘썼다. 서울대 야구부 감독도 맡아 야구를 이해하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배출하는 데도 힘을 보탰다. 여자야구 대표팀 감독을 맡는 등 여자 야구 발전에도 큰 기여를 했다.

김광수 일구회 회장은 “이 전 감독은 강직하면서도 유연한 성품이라서 따르는 후배가 많았다”며 “KBO 리그에 현대 야구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여러 방면에서 한국야구의 발전을 위해 노력한 분”이라고 강조했다.

올해 3월 KBO리그 LG트윈스 개막전에서 시구를 한 것이 공식석상에서 고인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빈소는 제주 부민장례식장 6분향소에 마련됐다. 발인은 4일 오전 9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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